세상이야기

선거마다 ‘전쟁’ … 편가르기 도넘어

정이있는마루 2011. 11. 1. 19:29
선거마다 ‘전쟁’ … 편가르기 도넘어
정치권, 이념·세대·계층 갈등 부추겨
"통합기능 부활·승자독식 해체가 답"

지난 26일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강북에서 부모님과 함께 사는 30대 직장인 진 모씨의 집안 분위기는 냉랭했다. 나경원 후보를 선호하는 아버지와 박원순 후보를 좋아하는 진씨는 서로 말도 나누지 않았다. 괜히 설득하겠다고 나섰다가는 언성만 높아지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진씨의 '전쟁'은 직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강남구 대형아파트에 사는 50대 직장선배와 입씨름이 끊이지 않았다. 직장선배는 박 후보의 복지 정책을 "무책임한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했고, 진씨는 "양극화 해소를 위한 필수적인 선택"이라고 반박했다.

선거 때마다 대한민국이 전쟁을 치르고 있다.

◆선거 끝나도 포용·승복 없어 = 선거라는 게 승패가 엇갈릴 수밖에 없지만, 대한민국 선거는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다.

이념과 세대, 계층 따위로 편을 갈라 거의 전쟁처럼 싸움을 벌인다. 싸움이 치열하다보니 선거 이후에도 포용과 승복은 실종된지 오래다. 선거 때마다 극한대립이 반복되는 양상이다.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도 마찬가지였다. 박 후보와 나 후보의 표차는 7%p에 불과했지만 세대와 계층으로 따져보면 극과 극이었다. 방송사 출구조사를 보면 박 후보는 20대(69.3%)와 30대(75.8%)에서 압도적 지지를 얻은 반면, 나 후보는 50대(56.5%)와 60대(69.2%)에서 몰표를 받았다. 나 후보는 상류층이 주로 사는 강남 3구에서 높은 지지율을 보인 반면 박 후보는 서민층이 많이 사는 강북에서 압승을 거뒀다.

역대 선거도 마찬가지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20·30대는 민주당 한명숙·유시민 후보에게, 50·60대는 한나라당 오세훈·김문수 후보에게 몰표를 던졌다.

2002년 대선에서도 노무현 후보는 젊은층에서, 이회창 후보는 노령층에서 상대방을 압도했다.

정치권은 이같은 갈등을 부추겼다. 여야는 지지층 결집을 명분 삼아 복지정책과 국가관 따위를 놓고 감정적인 공세를 펼쳤다. 80년대식 색깔론이 난무했고, 네거티브가 판쳤다. SNS 세상에선 상대방에 대한 조롱과 비아냥이 넘쳤다.

◆개헌 안되니 연합해볼 수도 = 정치권과 학계에선 결국 부메랑은 정치권에게 돌아온다고 지적한다. 선거가 전쟁으로 치달을수록 정치권이 치유해야 할 상처가 커지는만큼 정치권 스스로 예방책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서강대 이현우(정치외교학) 교수는 "정치권이 평상시 상대편의 불만을 수용해서 갈등을 완화해야 한다"며 "통합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니까 선거 때마다 갈등이 폭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권택기 의원은 "경제민주화에 대한 욕구가 넘치는데 정치권이 수용하지 못하니까 불신이 극에 달한 것"이라고 말했다. 두 사람 모두 정치권이 국민을 아우르는 통합기능을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력구조의 변화 필요성도 제기됐다. 친박 전략가는 "선거 때마다 극한대립이 벌어지는 것은 승자독식 구조 때문"이라며 "당장 개헌이 어려운 만큼 세력간 연합을 통한 집권으로 권력을 분산시키는 방안을 고민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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