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매거진2580` 분노의 `도가니`, 아직 끝나지 않은 악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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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리포트 장영준 기자] 영화 '도가니'가 개봉 열흘만에 200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열풍을 이어가고 있다. '도가니'는 실제 한 청각장애학교에서 일어난 성폭행 사건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영화를 본 관객들은 말도 안 되는 일이 실제 일어난 사건이었다는 사실에 분노하고 있다.
2일 방송된 MBC TV '시사매거진2580'에서는 영화 '도가니'로 촉발된 우리사회의 장애인 성폭력사건에 대해 집중 조명했다. 2005년 장애인특수학교인 인화학교에서 발생한 사건을 다시 들여다봤다.
당시 인화학교에서는 충격적인 증언들이 쏟아졌다. 한 피해학생은 "(선생님이) 손으로 가슴을 만지고 바지를 벗겼습니다. 성폭행하는 순간 너무 놀라서 눈을 떴는데, 내 얼굴을 손으로 눌러버리고 바지를 급하게 올리고 도망갔습니다"라고 증언했다.
학부모와 일부교사, 그리고 시민단체들이 함께 대책위원회를 꾸리고 실체파악에 나섰다. 인화학교에서 교사로 근무했던 박현정씨는 "처음엔 믿겨지지 않았다. 내가 본 적도 없던 일들이었다. 조사를 하면서 계속 증언들이 나오는데, 너무나 잔인하고 변태적이었다"고 말했다.
당시 조사에서 드러난 피해학생만 모두 20여명. 나이가 어린 초등학생들도 포함돼 있었다. 특히 이들은 대부분 청각장애와 지적장애가 함께 있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었다. 한 피해자는 "사무실안에서 둘이 앉아 있는데 갑자기 문을 감그더니 키스를 심하게 했다. 뒤에서 나를 끌어안고 가슴을 만지고 엉덩이를 만졌다. 몸부림치며 밀어내고 도망쳤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피해자들은 이같은 일들을 십여년 전부터 상습적으로 당하고 있었다.
인화학교의 교직원들은 성폭력 사건을 조직적으로 은폐했다. 성폭생 사건을 목격한 한 학생은 교장에게 관련 사실을 알렸지만 아무런 조치도 취해지지 않았다. 성폭행 가해자로 지목된 교직원은 모두 10명. 이 가운데는 교장과 행정실장도 포함돼 있었다. 특히 이 두 사람은 학교 설립자인 재단 이상장의 장남과 차남으로 형제였다.
인화학교 성폭력대책위원회 김용목 대표는 "철저하게 족벌체제로 운영돼 있었다. 심지어 그곳 기간제 교사에 이르기까지 재단과 연줄이 닿지 않으면 들어오기 어려운 구조다. 그 어떤 사건도..성폭력 사건이던지 다 묻혀버릴 수 밖에 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고 전했다.
대책위원회와 피해자 학부모들은 가해자 처벌을 요구하고 나섰다. 하지만 처벌은 쉽지 않았다. 학교측은 대책위의 문제제기 이후 조직적으로 사건을 은폐하려했고, 관계기관들 역시 처음에는 미온적인 자세만 보일 뿐이었다. 그리고 사건 발생 일년 후인 2006년, 국가인원위원회가 직권조사를 통해 문제를 제기하고 사건 당사자들을 검찰에 고발했다.
하지만 가해자들의 처벌은 매우 가벼웠다. 13살 청각장애 학생을 성폭행한 교장 김모씨는 1심에서 징역5년, 2심에서는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피해자와의 합의를 한 이유가 컸다. 전 인화원 재활교사 박모씨 역시 2심에서 집행유예를 받고 풀려났다. 심지어 14살 청각장애 학생을 성추행한 현 인화학교 교사인 전모씨와 16살 청각장애 학생을 성폭행한 전 인화학교 직원 김모씨는 모두 고소기간이 지났다는 이유로 공소가 기각돼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았다.
현재 사건의 피해학생들은 5년전부터 한 장애인 단체가 운영하는 시설에서 지내고 있다. 심리치료 등 여러 노력을 하고 있지만 당시의 끔찍했던 기억은 지워지지 않고 있었다. 11살때부터 성폭생을 당해왔던 김모양은 20살이 다됐지만 여전히 트라우마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피해자들은 최근 자신들의 이야기가 영화화 됐다는 말을 듣고 더 큰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직접 피해를 당한 학생들 뿐 아니라, 사건을 목격했던 목격자들과 관련된 사람 모두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인화학교 뿐 아니라, 상당수의 장애인 단체에서는 성폭력 사건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었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사건들이 대부분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거나 은폐돼 피해자들이 이중고를 겪고 있다는 점이다. 대전에서 발생했던 지체장애 3급여성 성폭행 사건과 부산의 한 장애인 생활 시설에서 발생했던 사건 모두 현재까지 처벌이 지연되거나 가벼운 처벌에 그쳤을 뿐이었다.
영화 '도가니'는 장애인 성폭력 문제에 무관심 했던 우리 사회에 경종을 울렸다. 정치권에서는 이른바 도가니 방지법을 만들자며 뒤늦게 부산을 떨고 있지만, 언제쯤 그 실효성을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박찬동 인화학교 대책위 집행위원장은 "한달여 정도 지나서 영화가 종영되고 나면 지금의 관심들이 사그라질까 우려스럽고, 걱정된다. 과거에도 그러한 경험들을 7년동안 활동해오면서 많이 겪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사진=MBC '시사매거진 2580' 화면 캡처
장영준 기자
出處: http://news.nate.com/view/20111003n0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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