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헬프… 흑과 백을 넘어 우린 여자다
1960년대 초반만 해도 미국 남부 미시시피에서 흑인 가정부는 백인 주인과 화장실도 같이 쓸 수 없었다. 50년이 지난 지금, 미국 대통령은 흑인이다. 테이트 테일러 감독이 캐서린 스토킷의 동명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해 만든 영화 '헬프'는 지난 50년간 일어난 변화의 작은 시작을 보여준다.1963년 미시시피 대학을 졸업한 스키터(엠마 스톤)는 작가의 꿈을 이루기 위해 고향인 미시시피 잭슨에 돌아와 신문사에 취직한다. 결혼해서 가정을 꾸리는 것이 최고의 삶이라 여기는 친구들은 이미 아이 엄마가 돼 흑인 가정부를 뒀다. 스키터는 신문의 살림 정보 칼럼을 쓰기 위해 친구의 가정부 에이블린(바이올라 데이비스)에게 도움을 청한다. 에이블린과 그의 친구 미니(옥타비아 스펜서) 등 흑인 가정부들과 어울리게 된 스키터는 이들의 이야기를 책으로 쓰기로 한다. 책의 제목은 가정부를 의미하는 '헬프'.
감독도 그다지 유명하지 않고, 특별한 스타 배우도 없는 이 영화는 경쟁이 치열한 여름 극장가에서 3주 동안 미국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테이트 테일러 감독은 '헬프'를 눈물 쏙 빼는 영화로 만들 수도 있었다. 그러나 눈물 대신 웃음을 택해 관객들의 죄책감이나 책임감을 건드리는 위험을 교묘히 피했고, 웃음과 감동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잡았다. 백인 때문에 외아들을 잃고서도 주인집 딸을 끔찍이 아끼는 바이올라 데이비스의 입체적인 연기와 주인집 여자를 쥐락펴락하는 옥타비아 스펜서의 코믹 연기가 아니었다면 '헬프'는 맥빠진 영화가 됐을 것이다.영화는 흑백 논리로 선악을 가르지 않는다. 오히려 여자로 살아가는 것에 대한 고단함을 드러내 악역에게마저 연민을 느끼게 한다. 영화는 흑인이나 백인이나 여자들은 남편과 아이 때문에 곪아 터진 상처를 하나씩은 갖고 있음을 보여준다. 인종 간의 연대(連帶)를 넘어 여성 연대인 '자매애(sisterhood)'로 갈등을 해결하는 방식이 자연스럽고 공감대를 불러일으킨다.책이 출간된 후 에이블린은 백인 여자들과 싸우고 가정부를 그만둔다. 일자리를 잃고 집에 가는 길에 그는 눈물을 흘리며 미소 짓는다. 아마 그는 새로운 일자리를 찾기 어려웠을 테고, 얼마간은 백인들에게 괴롭힘을 당했을 것이다. 이 영화의 미덕은 '용기있는 자가 희생하면 세상이 금방 바뀐다'는 헛된 희망을 강요하지 않는 데 있다. 대신 '용기를 내는 게 힘들긴 하지만, 그래도 해볼 만하다'고 등을 슬쩍 밀어준다. 3일 개봉. 전체관람가.
[이것이 포인트]
#장면흑인 가정부 미니가 백인 주인에게 케이크를 건넨 뒤 "내 X 먹어라!"라고 소리친다. 통쾌하고도 코믹한 복수극.#대사"내 삶이 어떤지 그 전엔 아무도 물어본 적이 없었다. 진실을 말한 후 난 자유로워졌다."(에이블린이 가정부 일을 그만둔 뒤 한 말)#해외평'감동을 주는 동시에 마음을 치유해주는 영화'(디트로이트지)#이런 분들 보세요잘못된 일을 바로잡고는 싶은데 할까, 말까 수백 번 고민하며 용기를 못 내는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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