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쓰리
사랑, 꼭 둘이서만 해야 해?
드라마건 영화건 남자와 여자가 서로를 사랑하고 영원히 함께 할 것 같은 모습을 반복적으로 보여준다. 독일 감독 톰 티크베어의 '쓰리'는 이 당연해 보이는 남녀관계에 의문을 제기한다. 왜 남자와 여자끼리만 제한적으로 사랑을 해야 하는 걸까. 그리고 한 사람만을 사랑하는 배타적 관계라는 게 정서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자연스러운 걸까.
쓰리는 완벽해 보이는 한 커플이 그 완벽함을 깨뜨리면서 비로소 완전해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한나(소피 로이스)와 시몬(세바스티안 쉬퍼)은 멋진 직업, 문화예술을 즐기는 세련된 취미, 안정적 생활을 누리며 베를린에서 20년째 함께 살고 있다. 그러던 중 한나는 우연히 아담(데비드 스트리에소브)이라는 남자를 만나게 되고, 그와 아슬아슬한 관계를 갖게 된다. 한편 시몬은 암에 걸려 현실에 무력감을 느끼던 중 역시나 우연히 만난 아담과 관계를 맺는다. 한나와 시몬은 결혼 후에 더 적극적으로 아담과 관계를 맺는다.
부부가 한 남자와 바람을 피고 있다는 건 웬만한 막장드라마에서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해괴한 설정이지만 이 영화에서는 전혀 거북하지 않다. 전작 '롤라 런' '향수'에서 재기와 감각을 인정받은 감독은 이 영화에서도 자신의 장기를 발휘한다. 관객들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면서도 위트를 빼먹지 않는다. 주인공들의 감정 기복을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고 주변 사람이나 상황을 이용해 표현하는 방식이나 분할화면(한 화면을 쪼개 여러 장면을 보여주는 것)으로 이들의 일상과 심리를 보여주는 방식의 흡입력도 강력하다. 단출하고도 몽환적인 음악과 데이빗 보위의 노래는 이 기이한 삼각관계를 로맨틱하고 멜랑콜리하게 만들어준다.
영화를 보고 나면, 관습이나 전통 때문에 인간은 무한히 사랑할 수 있는 기회와 상상력을 제한당하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의심을 품게 된다. 한나와 시몬 사이에 아담이 들어오면서 이들의 관계는 더 활력을 갖고 많은 가능성을 발견한다. 티크베어 감독은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인간은 관습과 전통의 굴레 속에서 태어나 그로부터 탈피하거나 개혁하기를 꿈꾸다가 변화하게 된다. 이런 노력을 멈추면 인간은 결국 주어진 길만 기계적으로 따라가는 돌연변이로 전락하고 만다"고 했다. 영화 속 아담과 처음으로 관계를 맺고 집으로 돌아오는 한나와 시몬은 모두 슬며시 미소를 짓는다. 아마 관습을 깨고 변화한다는 데 대한 쾌감과 뿌듯함 때문일 것이다. 29일 개봉. 청소년 관람불가.
☞ 이것이 포인트
#장면
영화 전반부에 남자 무용수 두 명과 여자 무용수 한 명이 얽히고설키며 춤을 춘다. 앞으로 펼쳐질 주인공들의 관계를 아름답고 간결한 방식으로 묘사하면서 결말과도 수미상관(首尾相關)을 이룬다.
#대사
“너무 고민하지 마. 별거 아냐. 그냥 다 안녕해버려, 생물학적 고정관념에.”(시몬이 동성인 아담과 관계를 갖고 성 정체성에 혼란스러워하자 아담이 시몬에게)
#이런 분들 꼭 보세요
전형적이고 관습적인 남녀관계를 다룬 TV 드라마나 멜로 영화를 보기만 하면 심신이 불편해져 몸이 배배 꼬이는 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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出處: http://news.nate.com/view/20110929n0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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