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야기

백진희, 시대의 아픔을 먹고 자라는 될성부른 나무

정이있는마루 2011. 10. 14. 20:09
백진희, 시대의 아픔을 먹고 자라는 될성부른 나무
[오마이뉴스 이희동 기자]

▲ 마지막 장면의 백진희 그녀의 정체가 궁금할 수밖에 없다 ⓒ 반두비제작위원회


백진희의 발견, 영화


내가 처음 백진희란 배우를 접한 것은 영화 에서였다. 어느 시사주간지의 영화평에 혹해 본 영화 는 꽤 인상적인 작품이었는데, 그 중 백미는 백진희라는 여배우의 발견이었다. 극 중 매우 평범한 여고생의 얼굴로 아주 덤덤하게 자신의 일상을 보여주듯 연기한 배우.

돌이켜 보건데 의 '민서'가 백진희에게 결코 쉬운 역은 아니었을 것이다. 비록 자신의 나이와 비슷한 역할이긴 하지만, 영화는 갓 데뷔한 20살의 신인 여배우가 연기하기에 난감한 장면들을 포함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여고생이 남자친구의 자위행위를 대신 해주고, 안마방에서 야시시한 옷을 입은 채 담임 선생님을 만나고, 아버지가 없는 가정에서 어머니가 만나는 남자에게 "아빠? 웃기고 있네. 넌 우리 엄마의 섹스 파트너일 뿐이야!"라고 당돌하게 말하는 등.


특히 영화 전체를 꿰뚫는 '민서'와 '카림'의 사랑, 즉 이주노동자와 여고생의 우정 비슷한 사랑은 쉽게 연기할 수 있는 감정이 아니었다. 우정과 사랑 사이의 애매함도 애매함이지만 이주노동자에 대한 편견이 우리 사회에는 엄연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피부 색깔이 곧 계급이 되는, 이주노동자를 하찮게 보는데 익숙해진 이 사회에서 그들과 키스를 하고 진심어린 눈빛을 교환하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인가. 그것은 배우가 그만큼 사회의 편견으로부터 자유로워야 가능한 일이었다.



▲ 이주노동자와의 사랑 결코 쉽지 않았을 연기 ⓒ 반두비제작위원회


그런데 백진희는 그와 같은 연기를 성공적으로 해내었다. 이 사회의 약자인 여고생과 이주노동자의 사랑을 풋풋하게 표현한 것이다. 때문에 영화가 끝난 뒤, 그 주연 배우의 프로필을 찾아보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가방에 촛불소녀 배지 다는 것을 넘어, 이주노동자에 대한 환대를 이렇게 훌륭하게, 그리고 떳떳하게 그려낸 여배우가 누군지 궁금했다.


그렇게 알게 된 백진희. 그녀는 그 뒤로 내 기억 속에 개념있는 여배우 중 한 명이 되었다. 다만 처음부터 마이너 색이 짙은 독립영화에 출연해 대중적인 인기는 끌기 힘들 것 같은 그런 여배우였다.


상업영화 을 건너 으로


비록 연기는 훌륭하지만 대중적인 작품을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백진희에 대한 나의 편견. 다행히도 그것은 한낱 기우에 불과했다. 어쨌든 메이저 상업영화라 할 수 있는 영화 에서 두 번째로 백진희와 조우하게 된 것이다.



▲ 때로는 과감하게 상업영화로의 진출 ⓒ 영화사아침, 타이거픽쳐스


그녀는 극중에서 사람 대신 섹스인형을 사랑하는 '상두'를 쫓아다니는 여고생 '자혜'역을 맡고 있었는데, 에서 보여준 예의 당돌함과 발칙함을 무기로 자신의 역할을 충분히 소화하고 있었다. 그 어떤 낯부끄러운 대사와 행위에도 꿋꿋이 자신의 진정성을 담아 연기하는 그녀. 백진희는 그런 당돌함으로 성적 소수자들의 사랑이 결코 비정상이 아님을, 그리고 그들을 백안시 하는 소위 정상인들이 오히려 편견에 빠져 있을 수 있음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문제는 영화 역시 마이너라는 점이었다. 비록 상업영화의 틀을 유지하고는 있지만 은 섹스와 관련된 성적 소수자들의 이야기를 함으로써 B급 요소가 짙었고, 만큼이나 음험했다. 어쨌든 성적 담론은 그 사회의 정상/비정상 논의의 선두에 서게 마련인데 요즘같이 사회가 보수적으로 회귀되었을 때 에서 제시하는 성적취향은 단 한 마디 '변태'라고 정의되어 사회의 차별을 받을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당연히 그 역할을 연기한 백진희 역시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역시 백진희는 영원한 마이너로 기억될 것인가?



▲ 풋풋한 여고생 당돌하고 발칙한 백진희 ⓒ 영화사 아침, 타이거픽쳐스


그러나 이와 같은 나의 우려는 또 다시 기우로 판명되고 말았다. 백진희가 공중파의 황금시간대에 방영되는 시트콤에 출연하게 된 것이다. 그것도 다름아닌 김병욱PD의 시트콤 시리즈 제3편 (이하 )에.


시리즈가 어떤 작품이던가. 단순히 웃음을 주는 시트콤이라고 정의하기에는 풍자적이고 현실 비판적인 작품 아니던가. 이 시대의 아픔과 슬픔, 그리고 분노를 한데 버무려 웃음으로 승화시키고 마는, 하지만 다시 한 번 우리 일상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김병욱PD표 시트콤.



▲ 의 백진희 시대의 아픔을 웃음으로 승화시켜라 ⓒ MBC


아니나 다를까. 백진희가 에서 맡은 역할은 다름아닌 88만원 세대였다. 이 시대 가장 취약계층이라고 말 할 수 있는 청년백수의 대변인. 아마도 김병욱PD는 백진희의 캐스팅에 앞서 그녀가 등장했던 나 등을 모두 보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 작품들을 통해 백진희야 말로 시대의 그 또래가 겪는 시대의 아픔을 표현해 내는데 적임자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그녀는 지금까지 우리 사회에서 차별받는 소수자들 혹은 그들과 함께 하는 이들을 훌륭히 표현해 내었으며, 그만큼 이 표출하고자 하는 시대의 아픔을 절절하게 공감할 수 있는 감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지금까지 김병욱PD의 예상은 틀린 것 같지 않다. 그의 바람대로 백진희는 에서 발군의 연기 실력으로 88만원 세대의 모습을 아주 리얼하게 표현해 내고 있기 때문이다.


"언니 저 정말 취업준비 열심히 했거든요. 정말 열심히 해서 토익도 900점 넘었구요, 컴퓨터 자격증만 3개구요. 그런데 서류 200번 떨어지고 면접은 50번 떨어졌어요."


라고 말하며 그동안 먹지 못했던 고기를 꾸역꾸역 집어 넣는, 대학을 졸업하면 오히려 3658만 원의 학자금 대출 빚만 간직하고 있는 청년백수. 갈 곳이 없어서 고시원 등을 전전긍긍하고, 정규직은커녕 인턴이라도 되기 위해서 짜장면을 10초 만에 먹어야 하는 백진희를 보며 과연 이 시대의 누가 마냥 쉽게 웃을 수 있을까.



▲ 88만원 세대의 아픔 인턴마저도 무한경쟁을 통해 뽑는 사회 ⓒ MBC


아마도 에서의 백진희의 활약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88만원 세대는 아직까지 현재 진행형이며,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정부의 호언장담에도 불구하고 취직의 문은 더욱더 좁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몇몇 대기업들이 올해는 신입사원을 더 뽑겠다고 생색을 내지만 실제로는 대다수의 청년들이 인턴이나 비정규직, 백수로 전락하는 현실 속에서 의 백진희는 시대의 아픔을 대변할 것이다.


혹자들은 백진희가 에서 식모역할을 했던 신세경처럼 뜰 것이라고 예상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녀가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영화 의 주인공 정유미를 닮기를, 혹은 그 이상이 되길 바래본다. 단순히 예쁜 여배우가 되기 보다는 그녀의 필모그래피가 시대의 아픔을 대변하기를.


백진희. 그녀의 비상을 주시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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出處: http://news.nate.com/view/20111012n04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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