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야기

"야구 속에 숨은 과학은…" IT커플의 첫 특강

정이있는마루 2011. 10. 31. 13:20
"야구 속에 숨은 과학은…" IT커플의 첫 특강

[엔씨소프트 김택진·윤송이 부부 창원서 무료 강연]
"지방 어린이들에게 과학자의 꿈 심어주자" 결혼 후 첫 공식석상에

"오늘 이 자리를 찾은 아이들이 가슴 속에 과학의 꿈을 품고 자라났으면 좋겠습니다."지난 29일 오후 4시 경남 창원시 성산도서관 지하 1층 대강당에 선 윤송이 엔씨소프트 부사장은 무대 아래의 아이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윤 부사장의 옆에는 이 회사 창업자인 남편 김택진 사장이 서 있다. 두 사람은 이날 오후 2시부터 2시간 동안 이 지역 학생과 학부모 120명을 상대로 과학 강연을 펼쳤다.김 사장 부부가 2007년 결혼 후 공식 석상에 함께 나선 것은 이번 강연이 처음이다. 두 사람이 함께 무대에 선 이유는 '지방의 아이들에게 과학을 알려주기 위해서'다.

두 사람은 모두 이공계 출신이다. 김 사장은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했다. 1997년 엔씨소프트를 세워 '리니지' 등 온라인 게임을 연속 성공시키며 창업 14년 만에 2조원대 주식 부자가 됐다.윤 부사장은 과학고·KAIST를 거쳐 미국 MIT 대학에서 24세에 박사 학위를 받았다. 29세 때는 SK텔레콤 최연소 임원(상무)이 되기도 했다.이들은 평소 요즘 학생들의 이공계 기피 현상에 대해 안타까워했다고 한다. 자신들은 어려서부터 과학자를 꿈꾸며 자랐는데 최근에는 그런 꿈을 꾸는 아이들이 없다는 것. 지난달 KAIST 정재승 교수가 트위터를 통해 "평소에 과학자를 만나기 어려운 지방 중소도시의 도서관에서 무료 강연을 열자"고 제안한 것을 받아들여 강의에 나서게 됐다.이날 강연의 주제는 '과학이 숨어 있는 스포츠, 야구'였다. 야구광(狂)인 김 사장이 주제를 정했다. 창원이 엔씨소프트 야구단 '다이노스'의 연고지인 점도 감안했다고 엔씨소프트 측은 설명했다.김 사장은 무대 위에서 직접 공을 던지는 동작을 취하면서 '변화구가 휘는 원리' 등을 설명했다. 처음에는 재킷을 입고 있었지만 잠시 후 반팔 차림으로 강의에 나섰다. 무대 위에서 온갖 시범을 다 보인 탓인지 강연이 끝날 쯤에는 뒷목이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윤송이 부사장은 차분히 서서 이야기했다. 그는 다양한 영상 자료를 화면에 비추며 '야구를 하는 동안 인간의 뇌가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조곤조곤 이야기했다.강연 후 객석의 아이들은 질문을 쏟아냈다. "운동을 잘하려면 뭐가 가장 중요하냐"는 물음에 김 사장은 "두뇌가 가장 중요하지만 체격 조건도 중요하다"며 "그래서 (키가 작은) 나도 야구를 포기했다"고 답했다. "머리를 해부하면 원숭이가 아파하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윤 부사장이 답했다. "머리뼈를 톱으로 자르는 동안에는 마취해서 괜찮다. 머리 속에는 고통을 느끼는 신경이 없다"고 천연덕스럽게 설명하자 객석에서 비명이 터지기도 했다. 도서관 관계자는 "아이들이 이렇게 질문을 많이 하는 것은 처음 본다"며 "얼마나 과학 강연에 목이 말라 있었는지 알 것 같다"고 했다.





창원=이인묵 기자 redsox@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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