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야기
한 걸음 한 걸음 꽃과 나무에 미소를, 미운 마음은 산 아래로…
정이있는마루
2011. 10. 31. 08:39
한 걸음 한 걸음 꽃과 나무에 미소를, 미운 마음은 산 아래로…
마가 스님과 함께하는 '남산 걷기 자비명상'
"얼굴과 낙하산은 펴져야 살아… 숲길 걷는 기도와 명상으로 실제 생활에 변화 일으켜야"
스님이 나뭇가지 하나를 붙잡아 아래로 끌어내리며 말했다. "제자리에 돌려놓고 싶으세요? 그것이 괴로움입니다. 지구상에 유일하게 인간 만이 상대에 대해 옳다 그르다 판단하고 마음대로 고치려 합니다. 자, 따라 해 보세요. 냅둬유~." 사람들이 웃으며 따라 했다. "냅둬유~." 스님은 "옳다, 그르다, 예쁘다, 밉다, 다 내려놓으라. 분별하는 마음은 내려놓고 지금 이 순간만 보는 것이 명상"이라고 했다.토요일 오후 서울 장충동 동국대 안의 법당 '정각원' 앞. 마가(摩迦·51) 스님이 앞에 서고 20여명의 사람이 따라 걷기 시작했다. 매주 토요일 오후 2시부터 3시간여 진행되는 '남산 걷기 자비명상'. 손은 가지런히 앞으로 모았다. 앞사람과 간격은 두 걸음 정도. "고양이가 쥐를 잡으러 가는 걸 상상해 보세요. 모든 감각을 열어놓고 정성을 다해 걸으세요. 발을 들어 올리고, 내밀고, 놓고, 누르고…." 한 줄로 길게 늘어선 사람들이 '고양이 걸음'을 한 발 한 발 내디뎠다. 늘 무언가에 쫓기듯, 너무 많이 말하며 산 탓일까. 입을 닫고 걸음에만 집중하는 것이 쉽지 않다.젊은이와 노인, 남성과 여성이 뒤섞인 긴 행렬이 학교 건물 모퉁이를 돌았다. 남산 산책로 입구가 보였다. 흙길이다. 하늘을 가린 나무들 아래를 걸을 때 스님이 좌종(座鐘)을 울렸다."여기서부터는 두 사람씩 짝을 지어 나란히 걷습니다. 상대의 이야기를 들어주세요. 무엇에 집착하며 살았는지, 그를 힘들게 하는 건 무엇인지…." 난생처음 만난 사람들이 두런두런 이야기를 시작했다. 낮은 목소리가 숲의 소리들 사이로 스며들었다.
10여분 뒤 다시 묵언(默言)이 시작됐다. 어떤 이는 하늘을 보며 걸었다. 앞사람의 발자국을 뒤쫓듯 아래를 보며 걷는 이도 있다. 발걸음과 마음 일어나는 것만 바라보며 걷는 동안,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던 숲의 향기가 슬며시 밀려왔다.흙길이 끝나고 아스팔트 산책로를 한참 걸어 나무로 만든 전망대 앞에 도착했다. 스님이 다시 좌종을 울렸다. "내가 오늘 이거 하나는 꼭 내려놓고 싶다, 그런 거 한 가지씩 찾아내세요. 그리고, 이제 그놈을 오른손에 꼭 쥐세요." 사람들이 숨을 죽이고 각자 오른손을 들여다봤다. "이제 야구선수 공 던지듯 멀리 던져버립시다. 하나, 둘, 셋, 이얍~!" 사람들이 저마다 팔을 크게 휘둘렀다. "번잡스럽게 방황하는 마음" "순간순간 솟아나는 잡념" "남들에게 인정받고 싶은 마음" "잔소리쟁이 마누라를 귀찮아하는 마음" "게임만 하고 잠만 자는 아들을 미워하는 마음"…. 무언가 하나씩 덜어낸 사람들이 밝게 웃으며 악수를 했다. "축하합니다. 축하해요!"
다시 긴 행렬이 산책로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맑은 날이면 산책로 곁 개울물에 발을 담근 채 명상을 하고, 숲 속으로 들어가 소나무를 껴안고 명상도 한다. 요가 교사나 웃음치료사 등 전문가가 동행하기도 한다. 이날 걷기 명상에 참여한 박연아(55·서울 역삼동)씨는 "걸음에 집중하는 동안 예전에 버린 줄 알았던 마음이 그 자리에 그대로 있던 걸 깨달았다. 가을 산처럼 내 마음도 깔끔하게 정리되길 바라며 걸었다"고 했다. 문종석(26·서울 연남동)씨는 "대학 졸업 뒤 게임회사에 다녔지만 일과 인간관계 스트레스로 힘들었다. 걷기 명상을 통해 나를 객관적으로 보게 됐고, 회사를 그만두고 대학원에 가기로 결정했다"고 했다.
마가 스님은 불교계에서 템플스테이를 대중화한 대표적 인물로 꼽힌다. 지금은 중앙대 겸임교수로, 사단법인 자비명상 대표로 일하며 동국대에서 '마음 치유사 과정'도 운영 중이다. 바쁜 스님이 매주 무료로 '남산 걷기 자비명상'을 진행하는 것은 "기도와 수행은 실제 생활에 변화를 일으켜야 더 의미가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남편과 사이가 안 좋다며 법당에서 3000배를 하고 간 여신도가 다음 날 눈가에 퍼런 멍이 들어 온 적이 있었어요. 그 뒤론 신도들에게 '법당에서 절은 2999번만 하고 나머지 한 번은 신랑에게 가서 하라'고 말하지요." 스님은 "진지하게 깨달음을 추구하는 사람도 있지만, 사실 대부분 사람들은 마음의 평온함을 바라며 종교를 갖는다. 숲길 걷기 명상은 종교를 떠나 누구나 함께 할 수 있고 각자의 생활에 실제 변화를 가져온다"고 했다.걷기 명상을 마친 뒤, 모두가 합장을 하고 스님의 선창을 따라 했다. "나한테 오는 모든 것은 내가 한 일의 결과입니다. 내가 먼저 웃을 때 우리 집에서 웃음이 나고, 내가 먼저 웃을 때 우리 사이에 꽃이 피어납니다. 얼굴과 낙하산은, 펴져야 삽니다." 사람들의 얼굴에 다시 웃음이 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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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가 스님과 함께하는 '남산 걷기 자비명상'
"얼굴과 낙하산은 펴져야 살아… 숲길 걷는 기도와 명상으로 실제 생활에 변화 일으켜야"
스님이 나뭇가지 하나를 붙잡아 아래로 끌어내리며 말했다. "제자리에 돌려놓고 싶으세요? 그것이 괴로움입니다. 지구상에 유일하게 인간 만이 상대에 대해 옳다 그르다 판단하고 마음대로 고치려 합니다. 자, 따라 해 보세요. 냅둬유~." 사람들이 웃으며 따라 했다. "냅둬유~." 스님은 "옳다, 그르다, 예쁘다, 밉다, 다 내려놓으라. 분별하는 마음은 내려놓고 지금 이 순간만 보는 것이 명상"이라고 했다.토요일 오후 서울 장충동 동국대 안의 법당 '정각원' 앞. 마가(摩迦·51) 스님이 앞에 서고 20여명의 사람이 따라 걷기 시작했다. 매주 토요일 오후 2시부터 3시간여 진행되는 '남산 걷기 자비명상'. 손은 가지런히 앞으로 모았다. 앞사람과 간격은 두 걸음 정도. "고양이가 쥐를 잡으러 가는 걸 상상해 보세요. 모든 감각을 열어놓고 정성을 다해 걸으세요. 발을 들어 올리고, 내밀고, 놓고, 누르고…." 한 줄로 길게 늘어선 사람들이 '고양이 걸음'을 한 발 한 발 내디뎠다. 늘 무언가에 쫓기듯, 너무 많이 말하며 산 탓일까. 입을 닫고 걸음에만 집중하는 것이 쉽지 않다.젊은이와 노인, 남성과 여성이 뒤섞인 긴 행렬이 학교 건물 모퉁이를 돌았다. 남산 산책로 입구가 보였다. 흙길이다. 하늘을 가린 나무들 아래를 걸을 때 스님이 좌종(座鐘)을 울렸다."여기서부터는 두 사람씩 짝을 지어 나란히 걷습니다. 상대의 이야기를 들어주세요. 무엇에 집착하며 살았는지, 그를 힘들게 하는 건 무엇인지…." 난생처음 만난 사람들이 두런두런 이야기를 시작했다. 낮은 목소리가 숲의 소리들 사이로 스며들었다.
10여분 뒤 다시 묵언(默言)이 시작됐다. 어떤 이는 하늘을 보며 걸었다. 앞사람의 발자국을 뒤쫓듯 아래를 보며 걷는 이도 있다. 발걸음과 마음 일어나는 것만 바라보며 걷는 동안,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던 숲의 향기가 슬며시 밀려왔다.흙길이 끝나고 아스팔트 산책로를 한참 걸어 나무로 만든 전망대 앞에 도착했다. 스님이 다시 좌종을 울렸다. "내가 오늘 이거 하나는 꼭 내려놓고 싶다, 그런 거 한 가지씩 찾아내세요. 그리고, 이제 그놈을 오른손에 꼭 쥐세요." 사람들이 숨을 죽이고 각자 오른손을 들여다봤다. "이제 야구선수 공 던지듯 멀리 던져버립시다. 하나, 둘, 셋, 이얍~!" 사람들이 저마다 팔을 크게 휘둘렀다. "번잡스럽게 방황하는 마음" "순간순간 솟아나는 잡념" "남들에게 인정받고 싶은 마음" "잔소리쟁이 마누라를 귀찮아하는 마음" "게임만 하고 잠만 자는 아들을 미워하는 마음"…. 무언가 하나씩 덜어낸 사람들이 밝게 웃으며 악수를 했다. "축하합니다. 축하해요!"
다시 긴 행렬이 산책로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맑은 날이면 산책로 곁 개울물에 발을 담근 채 명상을 하고, 숲 속으로 들어가 소나무를 껴안고 명상도 한다. 요가 교사나 웃음치료사 등 전문가가 동행하기도 한다. 이날 걷기 명상에 참여한 박연아(55·서울 역삼동)씨는 "걸음에 집중하는 동안 예전에 버린 줄 알았던 마음이 그 자리에 그대로 있던 걸 깨달았다. 가을 산처럼 내 마음도 깔끔하게 정리되길 바라며 걸었다"고 했다. 문종석(26·서울 연남동)씨는 "대학 졸업 뒤 게임회사에 다녔지만 일과 인간관계 스트레스로 힘들었다. 걷기 명상을 통해 나를 객관적으로 보게 됐고, 회사를 그만두고 대학원에 가기로 결정했다"고 했다.
마가 스님은 불교계에서 템플스테이를 대중화한 대표적 인물로 꼽힌다. 지금은 중앙대 겸임교수로, 사단법인 자비명상 대표로 일하며 동국대에서 '마음 치유사 과정'도 운영 중이다. 바쁜 스님이 매주 무료로 '남산 걷기 자비명상'을 진행하는 것은 "기도와 수행은 실제 생활에 변화를 일으켜야 더 의미가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남편과 사이가 안 좋다며 법당에서 3000배를 하고 간 여신도가 다음 날 눈가에 퍼런 멍이 들어 온 적이 있었어요. 그 뒤론 신도들에게 '법당에서 절은 2999번만 하고 나머지 한 번은 신랑에게 가서 하라'고 말하지요." 스님은 "진지하게 깨달음을 추구하는 사람도 있지만, 사실 대부분 사람들은 마음의 평온함을 바라며 종교를 갖는다. 숲길 걷기 명상은 종교를 떠나 누구나 함께 할 수 있고 각자의 생활에 실제 변화를 가져온다"고 했다.걷기 명상을 마친 뒤, 모두가 합장을 하고 스님의 선창을 따라 했다. "나한테 오는 모든 것은 내가 한 일의 결과입니다. 내가 먼저 웃을 때 우리 집에서 웃음이 나고, 내가 먼저 웃을 때 우리 사이에 꽃이 피어납니다. 얼굴과 낙하산은, 펴져야 삽니다." 사람들의 얼굴에 다시 웃음이 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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