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코어2듀오 프로세서, 코드명 메롬
요즈음 잘 나가요. 인텔 코어2듀오 프로세서, 코드명 메롬. |
요즈음 잘 나가는 인텔 코어2듀오 프로세서는 데스크톱용인 코드명 콘로와 모바일에 쓰이는 코드명 메롬으로 나뉜다. 브랜드 마케팅 때문에 이름만은 같이 코어2듀오를 쓰지만, 콘로와 메롬은 사뭇 다르다.
![]() |
같은 코어로 만든 코어2듀오이지만, 데스크톱용과 노트북용은 조금 다르다.
앞서 설명한대로 지금까지 선보였던 대부분의 프로세서들이 데스크톱의 그것을 모바일용으로 나름대로 손보아서 내놓았다면, 그래서 언제나 데스크톱 프로세서가 기술적인 우위에 있었다면, 반대로 메롬부터는 모바일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즉, 메롬은 형보다 떨어지는 아우가 아니라, 형만 한 아우인 셈인데, 더욱 주목할 것은 메롬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코드명 네할렘, 기로 등의 모바일 전용 프로세서가 쭉 선보인다는 사실이다. 당연히 이들 모바일 프로세서를 기반으로 데스크톱이나 서버용 프로세서를 손보아 내놓을 예정이라고 하니, 모바일 프로세서의 중요함이 이렇게 강조되었다는 것을 알려주는 기념비적인 제품으로 메롬을 꼽기에 손색이 없을 것이다.
흔히 인텔 모바일 프로세서에 갖는 오해 가운데 하나는, 플랫폼의 마케팅 상표인 센트리노와 프로세서를 같이 생각하는 것이다. 센트리노(Centrino)는 지난 2003년 인텔이 선보인 것으로, 당시 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2003년을 랩탑의 해로 선언한 것에 큰 충격을 받은 인텔의 대응버전이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당시까지 프로세서만 공급하던 정책에서 벗어나, 이에 어울리는 칩셋과 그때까지만 해도 조금은 낯설었던 무선랜을 하나로 묶은 모바일 플랫폼에 센트리노라는 상표를 붙여 같이 팔고 대대적인 광고를 했던 것이다.
![]() |
센트리노는 최근 듀얼코어에 맞춰 센트리노 듀오로 진화했다.
이때부터 인텔의 모바일 프로세서 전략은 큰 기둥을 세우게 되는데, 첫 번째는 배터리를 오래 쓰기 위해 클럭을 낮추고 대신 L2캐쉬 용량 등을 데스크톱 제품보다 크게 해서 성능은 유지시킨다는 점, 배터리를 더욱 오래 쓸 수 있도록 하는 저 전력 기술의 본격적인 도입, 마지막으로 흔히 WiFi라고 부르는 무선랜을 기본으로 삼았다는 점이다. 사실 아주 새로운 전략이나 기술이라기보다는 이미 있었던 것을 잘 묶은 셈인데, 펜티엄보다 더 많았다는 3억 달러에 이르는 엄청난 광고 공세속에 "모바일 = 센트리노"라는 공식을 각인시키는 데는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 |
같은 코어 프로세서지만 메롬이 가장 위에 나와 있는 것은 주목할 만한 일이다.
소노마와 나파 등의 몇 번의 버전 업을 거쳐 선보인 메롬 프로세서는 이른바 코어 아키텍쳐를 기본으로 한다. 이미 콘로로 대표되는 코어 프로세서는 많은 소개가 있었으므로 굳이 다시 다루지는 않는다. 특출난 것은 아니지만, 요즈음 기술수준으로는 상당한 미세공정이다. 여기에 요즈음 유행하는 프로세서 기술은 거의 모두 담겨 있는데, 듀얼코어를 기본으로, 64비트의 확장 기능과 인텔이 강조하는 대용량 4MB L2캐쉬, 강력해진 보안 기능, 가상화 기술 정도로 정리할 수 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력 소비량은 싱글코어에 비해 크게 늘어나지 않는 35-45w급이다.
참고로 데스크톱 버전인 콘로의 경우에는 전력소모량이 낮다고 하더라도 65w라는 것을 생각하면 쉽게 비교된다. 참고로 인텔의 실패작 가운데 하나인 펜티엄D는 90w급인데 왜 펜티엄D를 기반으로 모바일 프로세서가 선보이지 않았는지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적어도 메롬에서 중요한 것은 성능보다는 인텔이 전력소비량을 무엇보다 심각하게 생각한 프로세서를 선보였다는 점이 중요한 키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 |
보다 세련된 전원관리기술인 IPC.
물론 이것으로 메롬에 들어간 모든 기술을 설명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다른 기술들은 이미 모바일 프로세서에 들어있던 각종 기술들을 좀 더 세련되게 가다듬은 것에 지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이미 있던 스피드스텝을 좀 더 세련되게 만들어 똑똑한 전원관리(IPC : Intelligent Power Capability)로 바꾸거나 L2캐쉬를 공유하는 스마트 캐쉬를 향상된 스마트 캐쉬(ASC : Advanced Smart Cache)로 만든 것이 대표적이다.
![]() |
메롬 다이
기술적으로 메롬의 중요한 특징은 파이프라인이 크게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기본적으로 인텔은 복잡하고 긴 파이프라인을 이용했다. 이는 분기예측의 중요성이 강조되어 분기예측이 잘되면 좋은 성능을 발휘하지만, 많은 L2캐쉬가 필수적이고 클럭에 크게 좌우된다는 근본적인 약점이 있었다. 이는 전력소모량이 늘어나고 발열, 소음도 덩달아 커지는 여러 약점이 생기는 원인으로 지적되었다.
하지만 메롬에서는 전력소모량을 줄이기 위해 파이프라인의 개수를 크게 줄였다. 펜티엄4에서 31개까지 늘어났던 파이프라인의 개수는 겨우 14개에 지나지 않는다. 여기에 듀얼코어의 설계를 강조하면서 인텔 프로세서의 대표적인 장점 가운데 하나인 하이퍼스레딩 역시 과감하게 없앴다. 이는 굳이 듀얼코어에 하이퍼스레딩까지 넣을 필요도 없었거니와, 하이퍼스레딩이 성능 향상에 비해 전력소모량이 만만치 않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 |
모바일 프로세서이기는 하지만 박스 제품으로도 팔린다.
비스타에 좀 더 어울리는 산타로사
![]() |
인텔이 곧 선보일 모바일 플랫폼 산타로사.
요즈음 인텔의 전략은 "한 번은 길게, 한 번은 짧게"라고 정리할 수 있다. 코어 아키텍쳐에 뿌리를 둔 콘로와 메롬이 큰 변화를 이룬 프로세서라면, 그 다음 선보이는 프로세서들은 큰 변화보다는 약간 손을 본 개량모델이라는 뜻이다. 사실 산타로사는 이미 준비를 마치고 출발신호만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일단 산타로사(Santa Rosa)는 가장 중요한 프로세서가 지금의 메롬과 달라지는 것이 없다는 점에서 준비할 것이 그리 많지 않다. 단지 FSB를 800MHz까지 끌어올린 것이 전부다. 그래서 산타로사는 새로운 모바일 프로세서가 아니라, 달라진 모바일 플랫폼이라고 하는 것이 옳다. 이를 인텔에서는 2세대 코어2듀어 프로세서라고 하지만 이제 소비자들도 그것이 무엇을 말하는지는 알 정도가 되었다. 얼핏 생각하면 FSB 667MHz와 800MHz에는 산술적으로는 20%의 성능 향상이 있지만, 실제 이렇게 FSB를 높여도 보통 3-5%의 성능 차이를 느끼기도 힘들다. 오히려 FSB 800MHz를 400MHz로 낮추는 기능을 담아 전원관리기능을 강화했다는 것에 의의를 들 수 있을 것이다.
![]() |
프로세서는 코어2듀어 그대로이다.
프로세서는 FSB 800MHz까지 쓸 수 있지만, 메모리는 여전히 DDR2 667MHz로 클럭이 엇박자다. 이는 결국 산타로사라는 플랫폼이 그다지 새롭지 않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프로세서에서 크게 변하는 것이 없다보니, 반대로 칩셋과 무선랜에 강조점을 두었다. 칩셋은 기존 945에서 965 Express 칩셋(코드명 크레스트라인(Crestline)으로 바뀐다. 그나마 주목할 점은 내장그래픽인데, GMA X3000 그래픽 카드는 속도보다는 LCD에서 표시되는 품질에 중점을 두고 있다. 쉐이더 모델 2.0을 쓸 수 있다는 것에는 눈길이 가지만, 내장형답게 다이렉트X 10은 아무런 준비가 없다.
![]() |
무선랜 모듈 802.11n. 표준화는 풀어야할 숙제다.
무선랜 역시 지금의 표준이라 할 수 있는 802.11g/a 대신 802.11n으로 바뀐다. 코드명 Kedron이라는 인텔의 802.11n 무선랜은 최대 600Mbps라는 빠른 속도를 뽐낸다. 무선랜이 전달되는 거리도 약 50% 정도 늘어났다. 이는 무선으로 Full HD급 동영상을 실시간 감상할 수 있도록 하자는 속내가 숨어있다. 단 문제는 이 규격이 관련 규격을 정하는 IEEE의 정식기준이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래서 제조사마다 조금씩 규격이 달라 호환성에는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빼놓아서는 안 된다.
여기에 공유기나 AP를 비롯한 각종 무선 장비 역시 802.11n으로 바꿔야한다는 점도 부담이다. 표준 802.11n은 인텔 혼자만의 힘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므로, 올해 말 정도에 표준화 작업이 완료될 것으로 보인다.
![]() |
산타로사에서 가장 크게 달라지는 점이 터보 메모리이다.
하지만 산타로사에서 가장 크게 달라지는 점은 다름 아닌 낸드 플래쉬 메모리 캐쉬를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코드네임 롭슨(Robson)으로 알려진 이 기능은 정식 이름이 인텔 터보 메모리이다.
윈도 비스타에서 SD카드나 USB메모리를 꽂으면 생기는 메뉴 가운데 레디부스트(Ready Boost)라는 기능이 있다. 이 기능은 속도가 느린 하드디스크 대신 비교적 속도가 빠른 플래쉬메모리를 하드디스크의 일부 캐쉬로 쓰는 기능이다. 특히 시간을 많이 잡아먹는 부팅속도에 적잖은 영향을 준다.
![]() |
인텔 터보 메모리는 산타로사에서도 옵션이다.
터보메모리는 여기서 힌트를 얻은 기술이다. 비스타의 레디부스트가 운영체제에서 쓰는 것이라면, 이는 칩셋차원에서 담았다는 정도다. 보통 512MB에서 1GB정도의 메모리를 메인보드에 아예 심어두는 것이다. 그다지 특이할 것이 없는 기술이지만, 윈도 비스타를 쓰는 노트북들이 늘어나고, 산타로사가 무엇인가 다른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 많은 제조사에서 이 기능을 옵션 아닌 필수로 쓸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 산타로사에서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바로 인텔 터보 메모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