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7. 20. 10:00
TG삼보계열사정보
한글과컴퓨터 (6,230원 120 2.0%)(이하 한컴) 인수전의 열기가 뜨겁다.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한 업체만 무려 9곳이다. 농심 등 대기업도 출사표를 던졌다. 한컴을 차지할 승자가 누가 될 지 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한컴은 '대한민국 대표 워드프로세스 업체'라는 상징성과 시장성, 모바일 오피스 소프트웨어(SW)에 대한성장성까지 갖췄다. 예상 매각가는 500억~600억원. 오랫동안 '괜찮은' 중형 딜(Midde-sized Deal)에 목말라 했던 시장에 매력적인 매물이 출현한 셈이다.
인수후보 간 경쟁이 치열해 질수록 가격은 올라간다. 매각측은 LOI 접수 결과에 따른 고무적인 분위기가 본입찰까지 이어지길 바라고 있다.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자금여력이 풍부한 대기업이 통 큰 베팅으로 다른 후보들을 따돌리고 한컴을 가져가는 것이다. 그러나 대기업은 특성상 보수적인 베팅을 할 가능성이 높다. 오너가 직접 나서 챙기는 대형 딜(Mega Deal)과는 달리, 한컴과 같은 중소형 딜은 결과에 대한 책임이 담당 실무진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무진들은 섣불리 높은 가격을 써냈다가 추후 "비싸게 샀다"는 비난을 살까 우려한다.
이런 연유로 M&A업계 관계자들은 "미들 사이즈 딜에서는 예상을 뒤엎는 결과가 종종 발생한다"고 말한다. 한컴 인수전 역시 '의외의 후보'가 승자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주목해야 할 후보들로는 '누리텔레콤, 소프트포럼, SGA, 안철수연구소' 등 4곳이 꼽힌다. 특히 누리텔레콤과 소프트포럼은 지난해에 이어 또 다시 한컴 인수에 도전하는 재수생들이다. 이미 한 번의 고배를 마신 탓에 이번에야 말로 인수를 성사시키겠다는 의지가 높다.
반면 SGA와 안철수연구소는 인수 의지 측면에서는 그리 높은 점수를 받지 못하고 있다. 다만 사업상 높은 시너지를 낼 수 있어 경쟁력 제고를 위해 과감한 베팅을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이들에게는 치명적인 결함이 있다. 모두 자금여력이 충분치 않다는 점이다.
물론 인수대금을 전액 자체자금으로 마련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어느 정도의 차입과 재무적투자자(FI) 유치는 일반적이다. 문제는 자체자금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차입과 FI의 투자 비중을 과도하게 높게 가져가는 경우다.
아주 가까운 곳에 이해하기 쉬운 사례가 존재한다. 바로'셀런'이다.
사실 셀런이야말로'의외의 후보'였다. 2007년 삼보컴퓨터 인수전 당시, 셀런은 시장 예상가격을 넘기는 520억원을 제시해 최종 승자가 됐다. 자금 여력이 충분치 못했던 셀런은 FI인 산은캐피탈과 기은캐피탈로부터 투자금을 유치해 인수대금을 마련했다. 이것이 '독'이 됐다.
삼보컴퓨터의 경영난이 이어지자 곧바로 부작용이 나타났다. 셀런의 부채는 점차 늘어났고, 투자금회수(EXIT)에 대한 불안감이 커진 FI들은 풋백옵션을 청구했다. 650억원에 달하는 채무와 550억원의 풋백옵션을 해결할 길이 없어진 셀런은 결국 채권단 관리하에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은행과 FI들은 차입금 상환과 EXIT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면 리스크 감소를 위한 안전장치를 요구한다. 이 장치가 바로 풋백옵션이다. 한컴 인수전에 뛰어든 후보들이 과감한 베팅으로 무리한 인수를 시도하게 될 경우, 이들의 부족한 자금을 메워줄 은행과 FI들은 풋백옵션을 요구할 것이다.
시장은 자기 덩치로 감당하기 힘든 무리한 M&A로 인해 망가진 기업들을 종종 목격한다. 금호와 같은 대기업도 한 번의 잘못된 판단으로 무참히 쓰러졌다. '승자의 저주(Winner's Curse)'는 그만큼 무섭다.
한컴의 인수후보들이 셀런의 절차를 밟지 않으리란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몇몇 후보들은 셀런의 사례가 주는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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