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 교실, 정규 수업도 EBS 교재로 체육 등 예체능 시간은 자습으로 대체
우리나라 고교생에게 학교란 무엇일까? 고3 교실의 1년 중 반절 이상이 EBS 문제풀이로 끝이 난다고 한다. 오로지 높은 수능 점수를 위해 EBS 수능 특강, 완성, 파이널을 풀고 또 풀 뿐이다. 교과서도 외면한 채 EBS에만 매달리는 아이들, EBS 문제풀이로 수업시간을 보내는 교사들을 통해 'EBS 권하는 사회'를 향한 학교 현장의 소리를 들어봤다.
◆사교육비 절감? EBS 때문에 교과서만 멀어져
서울 중구에 있는 한 고교 3학년 교실, 중간고사를 끝마친 학생들이 삼삼오오 정답풀이를 하고 있다. 9월 모의평가에서 쓴맛을 봤다는 이모군이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는다. 이군은 "평소 내신 성적은 1등급을 유지한다. 하지만, 모평만 보면 당황이 되는 게 사실이다"고 했다. 모평이 상대적으로 쉬워지면서 상위권 학생들에게 모평은 '실수=성적하락'이라는 공식이 됐다.
실제로 이군은 수리영역에서 한 문제를 실수해 3등급으로 전락했다. 1등급 평균이 96점이었다. 중위권 성적이라는 강모군은 EBS 연계 수능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이다. 강군은 "중위권은 변별력이 없어 조금만 노력해도 성적이 오른다. EBS 문제집만 열심히 풀면 된다는 희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강군에게도 EBS에 대한 불만은 있다. 자유롭게 수능 공부를 하고 싶고 다양한 연계 교재를 풀어보고 싶지만 현실은 오로지 EBS에만 매달리게 한다.
강군은 "다른 출판사들 망하지 않았어요?"라고 묻기도 했다. 곁에 있던 친구들도 1년간 한 번도 다른 출판사의 교재는 사본 적도 없다고 했다. 강군은 "EBS에서도 여러 교재가 나온다. 아마도 다양성과 응용력 때문인 것 같다. 하지만, 다양성과 응용력은 꼭 EBS 교재가 아니더라도 키울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무조건 EBS 유형의 학습을 해야 한다는 점은 문제가 있다"고 했다. 상위권 성적을 유지하고 있다는 김모군은 수능과 연계되는 EBS 교재는 모조리 샀다. 김군은 "고3은 모두 기본적으로 60권씩 가지고 있을 것이다. 솔직히 교과서는 어디 있는지도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경기도 고양시에 있는 고교 2학년인 이 모양은 교과서도 내신도 멀리 한지 오래라고 했다. 내신만 보는 교과성적 우수자전형의 경우, 상대적으로 내신을 얻기 쉬운 지역 학생들과 내신 싸움이 치열한 수도권 학생들이 같은 등급으로 인정받기 때문에 수도권 학생들이 기피하고 있었다. 이양은 "같은 1등급이라도 지역별로 차이가 있다. 그럼에도 똑같이 평가하기 때문에 수도권 아이들의 경우 내신을 포기하고 수능에 올인 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꼬집었다.
같은 학교 3학년인 민모군은 "EBS 수능 연계의 큰 목표가 사교육비 절감이라고 하는데 현실은 다르다. 대다수의 학생이 학교에서는 혼자 EBS 문제를 풀고 학원에서 족집게 EBS 연계강좌를 듣는다. 학원은 학원대로 가면서 그 많은 EBS 교재까지 사느라 비용만 더욱 늘었을 뿐이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곁에 있던 한모군 역시 "문제집 풀고 유형분석하고 자주 나오는 문제 뽑는 데는 전문 학원 강사를 따라갈 수 없다"고 보탰다.
◆"변별력 갖춰 진짜 실력 가늠할 수 있어야"
경기도 성남시에 있는 고교 장모 체육 교사는 한숨부터 쉬었다. 장 교사는 "수능 외 과목은 무조건 자습이다. 수업을 진행해봤자 아이들은 EBS 교재 풀이에 정신이 없다. 어떤 것이 아이들을 위한 것인지 고민이 된다"고 했다. 같은 학교 이모 미술 교사는 "자습시키러 교사가 됐나라는 생각에 화도 난다. 예전에는 3학년만 그랬는데 요즘은 2학년도 슬슬 자습을 시작하는 분위기다. EBS 유형에 맞추지 못하면 상위권 아이들도 속수무책으로 성적이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했다. 자습은 비단 예체능 교과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서울에 있는 고교 이모 역사 교사는 "사회탐구 선택이 4종에서 2종으로 줄면서 한국사를 선택하지 않은 아이들은 수업시간에 다른 과목 문제를 푼다. 수업 역시 EBS 풀이다. 교재 종류가 많아서 그 문제들을 풀다 보면 1년이 오롯이 간다. 교과서 한번 펴볼 시간이 없다"고 말했다. 같은 학교 영어과 김모 교사는 "지나치게 EBS를 강조하는 것이 문제다. 타 출판사, 교과서는 무조건 제외되고 있다. 다양한 시각 없이는 학력신장도 기대할 수 없다"고 했다. EBS 교재 위주의 수업은 아이의 실력을 측정하기도 어렵다는 것이 교사들의 일관된 생각이다. 서울지역 고교 이모 진학상담 교사는 "작년과 올해 EBS 연계율은 70%다. 하지만 작년의 경우 체감지수는 매우 낮았다. 같은 문제를 너무 많이 꼬아서 냈기 때문이다. 올해 역시 체감지수는 낮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실수 한 번에 등급이 떨어지는 현 상황은 결국 재수생 양성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취재 결과 학생과 교사 모두 EBS 연계율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다. 현재 7:3 비율을 5:5로 줄이고 난이도를 높여 실수에만 매달리는 공부가 아닌 변별력을 키운 문제들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기도에 있는 고교 김모 교장 역시 "난이도 조절은 반드시 필요하다. 너무 EBS에만 치중하지 않도록 교재 수를 줄이고 연계율을 낮춰 학생들이 다시금 교과서를 잡을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진정한 사교육 줄이기와 정당한 실력 가늠의 기회로 수능을 만들기 위해서는 교과부도 학교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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出處: http://news.nate.com/view/20111013n0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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