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10. 15. 21:18
세상이야기
‘불굴의 며느리’로 15년의 무명생활 떨쳐낸 강경헌
ㆍ“욕심을 버리니까 연기하는 매 순간이 즐겁고 행복해졌어요”
신애라, 강부자, 김보연 등 둘째가라면 서러운 연기파 배우들이 총출동하는 MBC-TV 일일드라마 ‘불굴의 며느리’가 시청자들로부터 꾸준한 인기를 얻으며 저녁 시간대 안방극장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특히 ‘만월당’ 둘째 며느리 ‘한혜원’ 역으로 등장하는 강경헌은 쟁쟁한 선후배 연기자들 틈에서도 자신의 존재감을 각인시키며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오랜 무명생활을 떨치고 이제야 비로소 연기 인생의 전성기를 맞이한 그녀를 만났다.
만월당 둘째 며느리, 전 국민의 사랑받다
드라마 ‘불굴의 며느리’는 21세기 종갓집 만월당 여자들의 이야기다. 젊어서 남편을 잃고 청상과부로 수절한 11대 종부, 위로는 시어머니 아래로는 며느리에게 치여 사는 12대 종부, 바람피운 남편과 사별한 13대 종부, 결혼을 약속한 애인에게 배신당한 딸 등 박복한 인생을 살아가는 여자들이 만월당이라는 3백 년 전통의 종갓집에 함께 모여 살며 잃어버린 사랑과 행복을 되찾고 화려하게 부활하는 이야기를 유쾌하게 그리고 있다.
강경헌(36)은 극중 사업 실패 후 필리핀으로 도망가 새 살림을 차린 남편과 이혼한 뒤에 시댁에서 딸을 키우며 살아가는 둘째 며느리 한혜원으로 열연 중이다. 그녀는 강부자, 신애라, 김보연, 이하늬 등 인지도 높은 배우들 틈에서 비중이 큰 역할을 맡아 시청자들에게 확실히 눈도장을 찍고 있다. 그래서 최근에는 단독으로 엔딩 클로즈업 장면을 장식하는 일도 늘었다.
“얼마 전 지방의 한 포도농장에서 촬영하는데 어르신들이 저를 먼저 알아보고는 무척 반가워하시더라고요. 제가 평소 외출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 쉬는 날에는 집에서만 뒹굴거려서 인기를 제대로 체감하지 못했는데 요즘에는 어디를 가든지 먼저 알아보고 인사해주시고, ‘드라마 무척 재밌다’라며 다음 내용을 물어보는 분들을 자주 만나요.”
강경헌은 올해 초 SBS-TV 드라마 ‘마이더스’에서 중견배우 이덕화와 함께 호흡을 맞추며 얼굴을 알리기 시작했다. 이번 드라마에 캐스팅된 것 역시 ‘마이더스’를 재밌게 본 한 캐스팅 디렉터가 제작진에게 그녀를 추천한 덕분이다. 사실 ‘마이더스’에서 강경헌의 비중이 그리 높았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짧은 분량에도 그녀가 등장해 시원시원한 연기를 펼칠 때마다 드라마의 분위기가 보다 활기를 띠었고, 그 기운은 드라마를 보는 관계자와 시청자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됐다.
“이덕화 선생님 덕분에 즐겁고 편안하게 연기했어요. 이번 ‘불굴의 며느리’ 현장 분위기도 정말 좋아요. 많은 배우들이 강부자 선생님을 무서워하는 편인데 실제로는 무척 좋으세요. 저와 함께 하는 연기신이 많은 김보연 선배님도 만약 제가 눈물을 흘려야 하는 촬영 장면이 있으면 제 눈물을 더 돋보이게 해주시겠다면서 당신의 눈물을 참으세요. 임예진 선배님도 그룹 연기를 할 때면 ‘뒤에 있으면 카메라에 덜 잡히니까 앞으로 와서 해라’ 하고 세심하게 챙겨주시고요. 그 밖에 친절한 신애라 언니, 털털하고 수더분한 이하늬씨도 성격 최고예요.”
어디서 많이 봤는데… ‘사랑과 전쟁’ 단골 배우
강경헌은 사실 데뷔한 지 15년이나 된, 연기 경력으로만 치면 어엿한 중견배우다. 그녀는 지난 1996년 KBS 슈퍼탤런트선발대회에서 포토제닉상을 수상하며 KBS 18기 공채 탤런트로 연예계에 데뷔했다. 배우 김태우, 박선영, 이주현 등이 당시 그녀와 함께 연기생활을 시작한 동기다. 그러나 강경헌은 이후 뚜렷한 활동 없이 한동안 방황의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가 출연한 작품이 바로 매주 금요일 밤 KBS-TV에서 방송됐던 ‘부부클리닉 사랑과 전쟁’이었다. 지금은 종영했지만, 당시만 해도 ‘사랑과 전쟁’은 대한민국 주부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실제로 강경헌이 출연한 기간은 1년 정도밖에 안 됐지만 아직도 여전히 그녀를 ‘사랑과 전쟁’에서 연기했던 배우로 기억하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처음에는 드라마 출연 여부를 놓고 고민이 많았다. 한창 배우로 성장해야 할 그녀에게 부부싸움, 불륜 등의 드라마 소재가 다소 자극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녀는 출연을 결심했다. 누군가 이 작품 속 자신의 연기를 보고 배우로서의 가능성을 눈여겨봐줄거라 기대했다. 그렇게 연기자로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는 탄탄한 밑거름이 되어준다면 어떤 연기도 못할 것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높은 비용까지 지불하며 개인 스타일리스트를 고용했어요. 주위 동료들은 그렇게 하면 출연료에서 남는 게 뭐가 있냐고 걱정했지만 저는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열심히 연기하는 모습을 시청자와 드라마 제작 관계자들에게 보여주고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더 컸기에 큰 문제가 되지는 않았어요. 덕분에 제 존재도 알리고, 연기하는 데 큰 도움도 됐어요. 연기 훈련을 받은 시간이었다고나 할까요?”
그 후 그녀는 ‘사랑과 전쟁’에서 그녀의 가능성을 눈여겨보던 관계자들의 추천으로 여러 작품에 출연하게 됐고, 급기야 영화 ‘거미 숲’을 통해 대형 영화제에서 여우조연상 후보로 노미네이트되는 기쁨까지 누렸다.
잘하고 싶었던 욕심이 부른 오랜 성장통
하지만 그 기쁨은 오히려 그녀에게 적지 않은 스트레스로 작용했다. 다음 작품 선택을 더 잘해야겠다는 부담감에 시달리게 된 것이다. 당시 그녀에게는 소속사도, 조언을 해줄 누군가도 전혀 없었다. 결국 강경헌은 그렇게 또다시 아무런 활동도 하지 못한 채 2년여의 시간을 보냈다. 연기에 대한 갈증이 매일 그녀를 옥죄었지만 기다리는 방법 외에는 뾰족한 수가 없었다. 그러면서 대중으로부터 서서히 잊혀졌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겠다는 마음으로 한 소속사와 함께 일하기로 했는데 인연이 잘 안 돼서 별다른 수확이 없었어요. 가끔 단역이나 조연으로 작품에 출연했지만 제 모습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더라고요.”
강경헌은 KBS-2TV 대하사극 ‘대왕 세종’에 출연한 후 연극 무대로 눈길을 돌렸다. 드라마와 영화에 대한 욕심으로 허송세월을 보내기보다는 때를 기다리며 연극 무대에서 실력을 더 키워야겠다는 생각에서였다. 무조건 잘해야겠다는 마음, 그래서 다음 작품에서는 더 크고 좋은 비중으로 연기해야겠다는 욕심도 서서히 버리기 시작했다.
“이전까지 저는 연기를 통해 자꾸 무언가를 얻으려고 했어요. 연기가 잘 안 된 날이면 그날 밤 자다가 일어나서 고민하고, ‘왜 더 잘하지 못했을까’ 생각하며 속상해하고 답답해하면서 그렇게밖에 연기하지 못한 데 대해 원망하는 시간이 많았어요. 연기하는 순간을 즐겨야 하는데 자꾸만 그런 식으로 어떻게든 잘해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휩싸이니까 오히려 연기에 힘이 들어가고, 감각들도 많이 갇히더라고요. 전투 자세의 마음으로 웃고, 우는 연기를 한 셈이죠(웃음). 그렇지 않으면 열정이 사라질 것만 같아 두려워서 그랬던 것 같아요.”
하지만 연극을 하면서 강경헌은 그러한 욕심들을 내려놓는 방법을 터득했고, 그때부터 한결 편안한 마음으로 연기하는 매 순간을 온전히 즐길 수 있었다.
유년 시절부터 꿈꿔온 연기, 타고난 배우의 끼
강경헌이 연기에 대해 이렇게 큰 애착을 갖게 된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태어난 지 백일 만에 아버지를 여의고 홀어머니 품에서 언니와 단둘이 자란 그녀는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부터 이미 연기에 대한 꿈을 품었다. 탤런트라는 단어조차 몰랐던 어린 나이였지만 TV를 보면서 늘 연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놀 때도 연기하며 놀았어요. 친구들 모아놓고는 제가 직접 어떠한 극적인 상황을 만든 후 그 안에서 일인 다역으로 연기를 하는 거죠. 시나리오도 만들고 대사도 쓰고요. 그래서 엄마한테 ‘나 연기해도 되냐’라고 물었더니 당연히 된다고 하시더라고요. 알고 봤더니 엄마의 젊었을 때 꿈이 연기자였대요. 유랑극단이 시골에 내려와 공연할 때면 한두 시간 동안 유심히 그 모습들을 관찰했다가 나중에 마을 사람들 앞에서 그걸 그대로 성대모사해가며 연기하실 정도였대요. 제 끼가 모두 엄마로부터 나온 거였어요(웃음).”
그러던 어느 날 강경헌은 피아노 학원 선생님으로부터 전문적으로 연기를 해보는 것이 어떻겠냐는 권유를 받았고, 당시 서울연극제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했던 목화극단과 함께 13세의 나이에 연극 ‘부자유친’에 출연했다. 아직까지도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목화극단은 국내에서 가장 잘나가는 극단 중 하나로 유해진, 성지루, 박희순, 박영규, 장영남, 손병호, 임원희, 정은표 등의 명품 배우들을 탄생시켰다.
“초등학생 신분으로 대단한 선배 배우들과 함께 연기한다는 사실에 얼마나 행복했는지 몰라요. 지금 영화와 연극 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는 배우들 대부분이 그곳 출신이기도 하고요. 그때부터 저는 당연히 연기만이 제 길이라고 생각하고 지금까지 오게 됐어요. 비록 대중에게 저를 알리기까지 참 오랜 세월이 걸렸지만 오히려 그 시간이 고마워요. 일찍 톱스타로 성공했다면 지금쯤 엄청 거만해졌을 것 같아요(웃음).”
무서운 이미지? 알고 보면 유쾌한 여자
사실 그녀를 만나기 전에 가장 궁금했던 것 중 하나는 ‘실제 성격이 어떨까’였다. ‘사랑과 전쟁’ 속의 이미지가 남아서인지, 아니면 야무지게 생긴 또렷한 인상 때문인지 강경헌이라는 배우를 볼 때면 자연스레 강하고 센 이미지가 먼저 떠올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터뷰 내내 그녀를 지켜본 결과 오히려 예상했던 모습과는 정반대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인터뷰 오기 전에 미용실에서 한 손님이 제게 그러더라고요. ‘불굴의 며느리’ 속에서는 캐릭터 때문에 조금은 처량해 보이고, 순해 보였는데 실제로 보니까 인상이 좀 세 보인다고요. 말 안 하고 가만있으면 제가 좀 무서워 보이나 봐요(웃음). 그런데 사실 저 절대 안 그래요. 너무 털털해서 함께 다니는 스타일리스트가 저를 창피해할 정도예요. 저를 잘 아는 지인들은 저와 함께 있으면 즐거워하고요. 웃음이 많아서 작은 것 하나에도 빵빵 터지거든요. 게다가 제가 행동도 말도 좀 느려요. 밥 먹는 것도 한참 걸리고요(웃음).”
서른여섯의 나이, 아직 미혼인 그녀이기에 여자로서의 또 다른 꿈도 궁금했다. 하지만 그녀는 “아직은 일복이 더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한다. 그러면서 “유명 연예인들이 인터뷰할 때 이렇게 말하는 거 종종 봤는데 나도 결국 똑같이 대답하려니까 살짝 웃기기도 하다”라며 미소 지었다. 물론 한때는 결혼해서 아이 낳고 살면서 다시 연기를 시작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도 있다. 2년 전까지만 해도 연기를 다 포기하고 결혼부터 하는 게 어떨까 하고 진지하게 고민하기도 했다.
“작품이 잘 안 들어오고, 일도 잘 안 풀리다 보니 그때는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지금은 아니에요. 결혼은 뭐 어차피 늦었으니 이왕 늦은 거 이참에 일이나 실컷 해봐야죠. 보통 일운은 남자운과 같이 들어온다고 하던데 저는 지금 남자운까지 모두 일운으로 바꿔 받아서 연기를 두 배 더 열심히 하고 싶어요. ‘불굴의 며느리’ 촬영이 끝난 후에도 계속 쉬지 않고 연기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강경헌과의 인터뷰는 처음부터 끝까지 유쾌했다. 시종일관 웃음을 잃지 않는 그녀 덕분에 스튜디오 분위기가 들썩거렸다. 함께 있으면 기분 좋아지는 사람, 바로 그녀였다. 일직선의 삶 대신 혹독한 성장통과 시행착오를 거치며 곡선의 배우 인생을 살아온 강경헌은 오히려 그래서 더욱 연기를 사랑할 줄 안다. 연기로 세상과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값지고 소중한 일인지 그녀의 가슴이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넘치는 밝은 기운만큼 앞으로 더 다양한 무대에서 팔색조 연기를 보여주기에 그녀는 충분해 보인다.
<■글 / 윤현진 기자 ■사진 / 이성원 ■장소협찬 / 소다 스튜디오(02-3443-0337)>
出處: http://news.nate.com/view/20111007n11134
ㆍ“욕심을 버리니까 연기하는 매 순간이 즐겁고 행복해졌어요”
신애라, 강부자, 김보연 등 둘째가라면 서러운 연기파 배우들이 총출동하는 MBC-TV 일일드라마 ‘불굴의 며느리’가 시청자들로부터 꾸준한 인기를 얻으며 저녁 시간대 안방극장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특히 ‘만월당’ 둘째 며느리 ‘한혜원’ 역으로 등장하는 강경헌은 쟁쟁한 선후배 연기자들 틈에서도 자신의 존재감을 각인시키며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오랜 무명생활을 떨치고 이제야 비로소 연기 인생의 전성기를 맞이한 그녀를 만났다.
만월당 둘째 며느리, 전 국민의 사랑받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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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불굴의 며느리’는 21세기 종갓집 만월당 여자들의 이야기다. 젊어서 남편을 잃고 청상과부로 수절한 11대 종부, 위로는 시어머니 아래로는 며느리에게 치여 사는 12대 종부, 바람피운 남편과 사별한 13대 종부, 결혼을 약속한 애인에게 배신당한 딸 등 박복한 인생을 살아가는 여자들이 만월당이라는 3백 년 전통의 종갓집에 함께 모여 살며 잃어버린 사랑과 행복을 되찾고 화려하게 부활하는 이야기를 유쾌하게 그리고 있다.
강경헌(36)은 극중 사업 실패 후 필리핀으로 도망가 새 살림을 차린 남편과 이혼한 뒤에 시댁에서 딸을 키우며 살아가는 둘째 며느리 한혜원으로 열연 중이다. 그녀는 강부자, 신애라, 김보연, 이하늬 등 인지도 높은 배우들 틈에서 비중이 큰 역할을 맡아 시청자들에게 확실히 눈도장을 찍고 있다. 그래서 최근에는 단독으로 엔딩 클로즈업 장면을 장식하는 일도 늘었다.
“얼마 전 지방의 한 포도농장에서 촬영하는데 어르신들이 저를 먼저 알아보고는 무척 반가워하시더라고요. 제가 평소 외출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 쉬는 날에는 집에서만 뒹굴거려서 인기를 제대로 체감하지 못했는데 요즘에는 어디를 가든지 먼저 알아보고 인사해주시고, ‘드라마 무척 재밌다’라며 다음 내용을 물어보는 분들을 자주 만나요.”
강경헌은 올해 초 SBS-TV 드라마 ‘마이더스’에서 중견배우 이덕화와 함께 호흡을 맞추며 얼굴을 알리기 시작했다. 이번 드라마에 캐스팅된 것 역시 ‘마이더스’를 재밌게 본 한 캐스팅 디렉터가 제작진에게 그녀를 추천한 덕분이다. 사실 ‘마이더스’에서 강경헌의 비중이 그리 높았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짧은 분량에도 그녀가 등장해 시원시원한 연기를 펼칠 때마다 드라마의 분위기가 보다 활기를 띠었고, 그 기운은 드라마를 보는 관계자와 시청자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됐다.
“이덕화 선생님 덕분에 즐겁고 편안하게 연기했어요. 이번 ‘불굴의 며느리’ 현장 분위기도 정말 좋아요. 많은 배우들이 강부자 선생님을 무서워하는 편인데 실제로는 무척 좋으세요. 저와 함께 하는 연기신이 많은 김보연 선배님도 만약 제가 눈물을 흘려야 하는 촬영 장면이 있으면 제 눈물을 더 돋보이게 해주시겠다면서 당신의 눈물을 참으세요. 임예진 선배님도 그룹 연기를 할 때면 ‘뒤에 있으면 카메라에 덜 잡히니까 앞으로 와서 해라’ 하고 세심하게 챙겨주시고요. 그 밖에 친절한 신애라 언니, 털털하고 수더분한 이하늬씨도 성격 최고예요.”
어디서 많이 봤는데… ‘사랑과 전쟁’ 단골 배우
강경헌은 사실 데뷔한 지 15년이나 된, 연기 경력으로만 치면 어엿한 중견배우다. 그녀는 지난 1996년 KBS 슈퍼탤런트선발대회에서 포토제닉상을 수상하며 KBS 18기 공채 탤런트로 연예계에 데뷔했다. 배우 김태우, 박선영, 이주현 등이 당시 그녀와 함께 연기생활을 시작한 동기다. 그러나 강경헌은 이후 뚜렷한 활동 없이 한동안 방황의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가 출연한 작품이 바로 매주 금요일 밤 KBS-TV에서 방송됐던 ‘부부클리닉 사랑과 전쟁’이었다. 지금은 종영했지만, 당시만 해도 ‘사랑과 전쟁’은 대한민국 주부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실제로 강경헌이 출연한 기간은 1년 정도밖에 안 됐지만 아직도 여전히 그녀를 ‘사랑과 전쟁’에서 연기했던 배우로 기억하는 이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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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비용까지 지불하며 개인 스타일리스트를 고용했어요. 주위 동료들은 그렇게 하면 출연료에서 남는 게 뭐가 있냐고 걱정했지만 저는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열심히 연기하는 모습을 시청자와 드라마 제작 관계자들에게 보여주고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더 컸기에 큰 문제가 되지는 않았어요. 덕분에 제 존재도 알리고, 연기하는 데 큰 도움도 됐어요. 연기 훈련을 받은 시간이었다고나 할까요?”
그 후 그녀는 ‘사랑과 전쟁’에서 그녀의 가능성을 눈여겨보던 관계자들의 추천으로 여러 작품에 출연하게 됐고, 급기야 영화 ‘거미 숲’을 통해 대형 영화제에서 여우조연상 후보로 노미네이트되는 기쁨까지 누렸다.
잘하고 싶었던 욕심이 부른 오랜 성장통
하지만 그 기쁨은 오히려 그녀에게 적지 않은 스트레스로 작용했다. 다음 작품 선택을 더 잘해야겠다는 부담감에 시달리게 된 것이다. 당시 그녀에게는 소속사도, 조언을 해줄 누군가도 전혀 없었다. 결국 강경헌은 그렇게 또다시 아무런 활동도 하지 못한 채 2년여의 시간을 보냈다. 연기에 대한 갈증이 매일 그녀를 옥죄었지만 기다리는 방법 외에는 뾰족한 수가 없었다. 그러면서 대중으로부터 서서히 잊혀졌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겠다는 마음으로 한 소속사와 함께 일하기로 했는데 인연이 잘 안 돼서 별다른 수확이 없었어요. 가끔 단역이나 조연으로 작품에 출연했지만 제 모습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더라고요.”
강경헌은 KBS-2TV 대하사극 ‘대왕 세종’에 출연한 후 연극 무대로 눈길을 돌렸다. 드라마와 영화에 대한 욕심으로 허송세월을 보내기보다는 때를 기다리며 연극 무대에서 실력을 더 키워야겠다는 생각에서였다. 무조건 잘해야겠다는 마음, 그래서 다음 작품에서는 더 크고 좋은 비중으로 연기해야겠다는 욕심도 서서히 버리기 시작했다.
“이전까지 저는 연기를 통해 자꾸 무언가를 얻으려고 했어요. 연기가 잘 안 된 날이면 그날 밤 자다가 일어나서 고민하고, ‘왜 더 잘하지 못했을까’ 생각하며 속상해하고 답답해하면서 그렇게밖에 연기하지 못한 데 대해 원망하는 시간이 많았어요. 연기하는 순간을 즐겨야 하는데 자꾸만 그런 식으로 어떻게든 잘해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휩싸이니까 오히려 연기에 힘이 들어가고, 감각들도 많이 갇히더라고요. 전투 자세의 마음으로 웃고, 우는 연기를 한 셈이죠(웃음). 그렇지 않으면 열정이 사라질 것만 같아 두려워서 그랬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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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연극을 하면서 강경헌은 그러한 욕심들을 내려놓는 방법을 터득했고, 그때부터 한결 편안한 마음으로 연기하는 매 순간을 온전히 즐길 수 있었다.
유년 시절부터 꿈꿔온 연기, 타고난 배우의 끼
강경헌이 연기에 대해 이렇게 큰 애착을 갖게 된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태어난 지 백일 만에 아버지를 여의고 홀어머니 품에서 언니와 단둘이 자란 그녀는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부터 이미 연기에 대한 꿈을 품었다. 탤런트라는 단어조차 몰랐던 어린 나이였지만 TV를 보면서 늘 연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놀 때도 연기하며 놀았어요. 친구들 모아놓고는 제가 직접 어떠한 극적인 상황을 만든 후 그 안에서 일인 다역으로 연기를 하는 거죠. 시나리오도 만들고 대사도 쓰고요. 그래서 엄마한테 ‘나 연기해도 되냐’라고 물었더니 당연히 된다고 하시더라고요. 알고 봤더니 엄마의 젊었을 때 꿈이 연기자였대요. 유랑극단이 시골에 내려와 공연할 때면 한두 시간 동안 유심히 그 모습들을 관찰했다가 나중에 마을 사람들 앞에서 그걸 그대로 성대모사해가며 연기하실 정도였대요. 제 끼가 모두 엄마로부터 나온 거였어요(웃음).”
그러던 어느 날 강경헌은 피아노 학원 선생님으로부터 전문적으로 연기를 해보는 것이 어떻겠냐는 권유를 받았고, 당시 서울연극제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했던 목화극단과 함께 13세의 나이에 연극 ‘부자유친’에 출연했다. 아직까지도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목화극단은 국내에서 가장 잘나가는 극단 중 하나로 유해진, 성지루, 박희순, 박영규, 장영남, 손병호, 임원희, 정은표 등의 명품 배우들을 탄생시켰다.
“초등학생 신분으로 대단한 선배 배우들과 함께 연기한다는 사실에 얼마나 행복했는지 몰라요. 지금 영화와 연극 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는 배우들 대부분이 그곳 출신이기도 하고요. 그때부터 저는 당연히 연기만이 제 길이라고 생각하고 지금까지 오게 됐어요. 비록 대중에게 저를 알리기까지 참 오랜 세월이 걸렸지만 오히려 그 시간이 고마워요. 일찍 톱스타로 성공했다면 지금쯤 엄청 거만해졌을 것 같아요(웃음).”
무서운 이미지? 알고 보면 유쾌한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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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그녀를 만나기 전에 가장 궁금했던 것 중 하나는 ‘실제 성격이 어떨까’였다. ‘사랑과 전쟁’ 속의 이미지가 남아서인지, 아니면 야무지게 생긴 또렷한 인상 때문인지 강경헌이라는 배우를 볼 때면 자연스레 강하고 센 이미지가 먼저 떠올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터뷰 내내 그녀를 지켜본 결과 오히려 예상했던 모습과는 정반대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인터뷰 오기 전에 미용실에서 한 손님이 제게 그러더라고요. ‘불굴의 며느리’ 속에서는 캐릭터 때문에 조금은 처량해 보이고, 순해 보였는데 실제로 보니까 인상이 좀 세 보인다고요. 말 안 하고 가만있으면 제가 좀 무서워 보이나 봐요(웃음). 그런데 사실 저 절대 안 그래요. 너무 털털해서 함께 다니는 스타일리스트가 저를 창피해할 정도예요. 저를 잘 아는 지인들은 저와 함께 있으면 즐거워하고요. 웃음이 많아서 작은 것 하나에도 빵빵 터지거든요. 게다가 제가 행동도 말도 좀 느려요. 밥 먹는 것도 한참 걸리고요(웃음).”
서른여섯의 나이, 아직 미혼인 그녀이기에 여자로서의 또 다른 꿈도 궁금했다. 하지만 그녀는 “아직은 일복이 더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한다. 그러면서 “유명 연예인들이 인터뷰할 때 이렇게 말하는 거 종종 봤는데 나도 결국 똑같이 대답하려니까 살짝 웃기기도 하다”라며 미소 지었다. 물론 한때는 결혼해서 아이 낳고 살면서 다시 연기를 시작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도 있다. 2년 전까지만 해도 연기를 다 포기하고 결혼부터 하는 게 어떨까 하고 진지하게 고민하기도 했다.
“작품이 잘 안 들어오고, 일도 잘 안 풀리다 보니 그때는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지금은 아니에요. 결혼은 뭐 어차피 늦었으니 이왕 늦은 거 이참에 일이나 실컷 해봐야죠. 보통 일운은 남자운과 같이 들어온다고 하던데 저는 지금 남자운까지 모두 일운으로 바꿔 받아서 연기를 두 배 더 열심히 하고 싶어요. ‘불굴의 며느리’ 촬영이 끝난 후에도 계속 쉬지 않고 연기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강경헌과의 인터뷰는 처음부터 끝까지 유쾌했다. 시종일관 웃음을 잃지 않는 그녀 덕분에 스튜디오 분위기가 들썩거렸다. 함께 있으면 기분 좋아지는 사람, 바로 그녀였다. 일직선의 삶 대신 혹독한 성장통과 시행착오를 거치며 곡선의 배우 인생을 살아온 강경헌은 오히려 그래서 더욱 연기를 사랑할 줄 안다. 연기로 세상과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값지고 소중한 일인지 그녀의 가슴이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넘치는 밝은 기운만큼 앞으로 더 다양한 무대에서 팔색조 연기를 보여주기에 그녀는 충분해 보인다.
<■글 / 윤현진 기자 ■사진 / 이성원 ■장소협찬 / 소다 스튜디오(02-3443-0337)>
出處: http://news.nate.com/view/20111007n1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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