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10. 15. 03:13
세상이야기
[키스더뮤지컬]오리지널 지킬앤 하이드
‘강남의 귤이 회수를 건너면 탱자가 된다’고 했다. 같은 종자도 환경이 바뀌면 다른 열매를 맺는단 뜻이다. 자, 그러면 미국 브로드웨이 배우들이 만든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는 귤, 우리나라 배우들이 만든 ‘지킬 앤 하이드’는 탱자에 빗대보자.
탱자 격인 한국어 버전 ‘지킬 앤 하이드’는 5년전에 처음 공연됐다. 지금까지 약 30만명의 유료관객을 동원했고 경제 위기 여파로 대다수 공연이 헤맸던 지난 연말에도 20여억원을 벌어들인 효자 콘텐츠다. 라이선스 ‘지킬 앤 하이드’는 한마디로 우리 입맛에 참 잘 맞는 탱자였던 셈이다.
그런데 갑자기 귤바구니가 나타났다. 오는 20일까지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될 오리지널 버전 ‘지킬 앤 하이드’를 가리켜 하는 말이다. 그동안 별 불만없이 탱자를 먹어왔던 관객들도 귤 맛은 궁금할게다. 과연 이 귤은 우리 입맛에 얼마나 잘 맞을까.
일단 미각을 흐리는 몇가지 요소는 짚고 넘어가자. 브로드웨이, 오리지널, 브래드 리틀 이 3개의 수식어는 공연을 보기 전부터 사람을 흥분시키는 경향이 있으니까. 귤과 탱자를 공정하게 비교하기 위해 화려한 광고 문구를 달고 있는 귤에 야박한 기준을 적용할 수 밖에 없다.
첫맛은 일단 강렬하다. 주연 브래드 리틀의 가창력은 역시 명불허전(名不虛傳). 노래 꽤나 한다는 배우들의 무대는 많이 봤지만 이처럼 압도되긴 처음이다.
그가 객석에 던진 전율은 갈채와 환호로 돌아왔다. 주요 넘버인 ‘지금 이 순간(This is the moment)’을 열창한 뒤 그는 두 팔을 올리고 흥분을 만끽했다. ‘바로 그 순간’ 무대는 뮤지컬의 양식을 부수고 콘서트의 끝자락이 됐다.
관객들이 손꼽아 기다렸을 또 하나의 넘버인 ‘대결(Confrontation)’은 간결하면서도 멋스럽게 연출됐다. 지킬 박사와 하이드가 번갈아 등장하는 이 장면은 국내 버전에서 매우 분주하고 다소 코믹하게 표현됐기 때문이다.
두번째 맛은 좀 심심하다. 술집 댄서 루시와 약혼녀 엠마 때문이다. 과거 라이선스 공연에서 우리나라 배우 김선영이나 가수 소냐가 보여준 루시는 되바라지면서도 천박한 맛이 뛰어났다. 또 김소현이나 임혜영이 연기한 엠마는 징글징글할 정도로 내숭이 넘쳤고 간드러졌다. 반면 외국 배우들이 선보인 두 캐릭터는 ‘지킬과 사랑에 빠진 연약한 여성’이라는 범주안에 갇혀 노늴 뿐이다.
한국 관객들은 으레 ‘드라마가 강한 작품’에 열광한다. 이 말은 여러가지 뜻을 내포하는데 그중엔 기승전결이 뚜렷하고 캐릭터의 개성이 도드라지는 것도 포함된다. 혹자는 라이선스 무대에 선 한국 배우들이 ‘과장되게 연기한다’고 불만스러워한다. 오리지널 루시와 엠마에게서 헛헛함을 느끼는 것도 맵고 짠 우리네 버전에 익숙해진 탓일지도 모르겠다. 허나 이미 탱자에 길들여진 입맛을 어쩌랴. 어차피 귤은 자주 먹을 수도 없는데.
/wild@fnnews.com박하나기자
※ 저작권자 ⓒ
出處: http://news.nate.com/view/20090903n03303
‘강남의 귤이 회수를 건너면 탱자가 된다’고 했다. 같은 종자도 환경이 바뀌면 다른 열매를 맺는단 뜻이다. 자, 그러면 미국 브로드웨이 배우들이 만든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는 귤, 우리나라 배우들이 만든 ‘지킬 앤 하이드’는 탱자에 빗대보자.
탱자 격인 한국어 버전 ‘지킬 앤 하이드’는 5년전에 처음 공연됐다. 지금까지 약 30만명의 유료관객을 동원했고 경제 위기 여파로 대다수 공연이 헤맸던 지난 연말에도 20여억원을 벌어들인 효자 콘텐츠다. 라이선스 ‘지킬 앤 하이드’는 한마디로 우리 입맛에 참 잘 맞는 탱자였던 셈이다.
그런데 갑자기 귤바구니가 나타났다. 오는 20일까지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될 오리지널 버전 ‘지킬 앤 하이드’를 가리켜 하는 말이다. 그동안 별 불만없이 탱자를 먹어왔던 관객들도 귤 맛은 궁금할게다. 과연 이 귤은 우리 입맛에 얼마나 잘 맞을까.
일단 미각을 흐리는 몇가지 요소는 짚고 넘어가자. 브로드웨이, 오리지널, 브래드 리틀 이 3개의 수식어는 공연을 보기 전부터 사람을 흥분시키는 경향이 있으니까. 귤과 탱자를 공정하게 비교하기 위해 화려한 광고 문구를 달고 있는 귤에 야박한 기준을 적용할 수 밖에 없다.
첫맛은 일단 강렬하다. 주연 브래드 리틀의 가창력은 역시 명불허전(名不虛傳). 노래 꽤나 한다는 배우들의 무대는 많이 봤지만 이처럼 압도되긴 처음이다.
그가 객석에 던진 전율은 갈채와 환호로 돌아왔다. 주요 넘버인 ‘지금 이 순간(This is the moment)’을 열창한 뒤 그는 두 팔을 올리고 흥분을 만끽했다. ‘바로 그 순간’ 무대는 뮤지컬의 양식을 부수고 콘서트의 끝자락이 됐다.
관객들이 손꼽아 기다렸을 또 하나의 넘버인 ‘대결(Confrontation)’은 간결하면서도 멋스럽게 연출됐다. 지킬 박사와 하이드가 번갈아 등장하는 이 장면은 국내 버전에서 매우 분주하고 다소 코믹하게 표현됐기 때문이다.
두번째 맛은 좀 심심하다. 술집 댄서 루시와 약혼녀 엠마 때문이다. 과거 라이선스 공연에서 우리나라 배우 김선영이나 가수 소냐가 보여준 루시는 되바라지면서도 천박한 맛이 뛰어났다. 또 김소현이나 임혜영이 연기한 엠마는 징글징글할 정도로 내숭이 넘쳤고 간드러졌다. 반면 외국 배우들이 선보인 두 캐릭터는 ‘지킬과 사랑에 빠진 연약한 여성’이라는 범주안에 갇혀 노늴 뿐이다.
한국 관객들은 으레 ‘드라마가 강한 작품’에 열광한다. 이 말은 여러가지 뜻을 내포하는데 그중엔 기승전결이 뚜렷하고 캐릭터의 개성이 도드라지는 것도 포함된다. 혹자는 라이선스 무대에 선 한국 배우들이 ‘과장되게 연기한다’고 불만스러워한다. 오리지널 루시와 엠마에게서 헛헛함을 느끼는 것도 맵고 짠 우리네 버전에 익숙해진 탓일지도 모르겠다. 허나 이미 탱자에 길들여진 입맛을 어쩌랴. 어차피 귤은 자주 먹을 수도 없는데.
/wild@fnnews.com박하나기자
※ 저작권자 ⓒ
出處: http://news.nate.com/view/20090903n03303
TG삼보컴퓨터 전문쇼핑몰 http://www.tgmarket.co.kr
'세상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30년 숙성된 뮤지컬 ‘캣츠’…시대 관통한 고전의 힘 (0) | 2011.10.15 |
---|---|
웨스트라이프의 명품 공연과 함께 명품 이벤트까지 (0) | 2011.10.15 |
조용필, 오는 12월 서울 콘서트로 전국 투어 콘서트 마무리 (0) | 2011.10.15 |
성시경, `아이유, 사랑해본 적 있다더라` 폭로 (0) | 2011.10.15 |
‘한류 드림콘서트’ 샤이니, 오랜만의 국내 무대 나들이 ‘눈이 부신 무대’ (0) | 2011.10.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