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슬 퍼런 대규모 구조조정과 정리해고로 온 국민이 고통받던 IMF 시절, IT 업계도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수많은 회사가 스러졌다. 이런 와중에 삼보컴퓨터는 이머신즈라 불리는 저가 PC를 내세워 미국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켰고 10년 매출을 단 1년 만에 벌어들여 큰 화제가 됐다. 당시 이머신즈를 탄생시킨 삼보컴퓨터 해외사업본부의 수장이 바로 오늘의 주인공 몬도시스템즈 정절 사장이다.
■ PC와 소프트웨어로 값비싼 하드웨어 대신할 것
몬도시스템즈는 A/V 회사다. 이제껏 휴먼컴퓨터, 삼보컴퓨터 사장 등 PC 관련 회사에서 일해온 정절 사장이 A/V 회사를 차린 이유는 무엇일까? "A/V나 하이파이에 관심이 많았고 취미로 즐기고 있었죠. 그러다가 PC가 비디오나 오디오를 제어할 수 있을 정도로 발전하고 아이팟과 같은 디지털 기기가 음악 시장에서 미치는 영향이 커지면서 개인적인 용도로 A/V 기기를 만들었는데 주변 반응이 꽤 좋았습니다. 결국 취미가 사업 아이템이 된 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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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도시스템즈 정철 사장 |
A/V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에 대해 정철 사정은 주저 없이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을 꼽았다. "역시 가장 큰 영향을 준 사람이 있다면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데모로 만든 A/V 시스템을 보더니 사업 아이템으로 꽤 괜찮다고 평가한 모양입니다. 결국 그 자리에서 투자를 받았죠." 실제로 지난 2006년 몬도시스템즈는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에게 1,000만 달러(한화 약 94억원) 투자를 받아 주변의 부러움을 샀다.손정의 회장도 반한 몬도시스템즈의 A/V 시스템은 어떤 기술력이 숨어있을까? "하이파이나 A/V는 돈이 많이 드는 분야죠. 쓸만한 장비 가격이 수천만 원부터 수억 원에 이를 정도니 말입니다. 하지만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면 저렴한 가격에 하이파이, A/V 시스템을 꾸밀 수 있죠. 물론 디지털 기술은 개발비가 만만치 않게 들지만 한번 개발한 기술은 거의 돈을 들이지 않고도 대량 생산이 가능해 제품 가격을 크게 낮출 수 있습니다."
기존 하이파이나 A/V 시스템은 아날로그적 요소가 강했다. 쉽게 말해 좋은 부품과 장비를 아낌없이 사용하면 그만큼 좋은 사운드와 비디오를 감상할 수 있다는 말이다. 오죽하면 각 기기를 연결하는 케이블도 열과 전기 전도율이 우수한 은(銀)으로 만들 정도고 스피커는 값비싼 고급 원목에 다이아몬드 코팅을 입힌 부품도 있다. 이러다 보니 가격도 그만큼 비쌌고 사용하는 사람도 제한적이다."몬도시스템즈는 기존 하이파이와 A/V 시스템이 사용하던 값비싼 부품을 사용하지 않고도 디지털 기술을 통해 좋은 화질과 음질을 감상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즉, 하드웨어로 처리해야 할 부분을 소프트웨어로 해결하고 이를 대량생산해 누구나 저렴한 가격에 맛볼 수 있게 된 거죠. 이를 뒷받침해주는 것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는 PC 성능입니다."
예를 들어보자. 10년전만 하더라도 PC에서 DVD 타이틀을 감상하려면 따로 동영상 카드는 필수였고 요즘 이슈로 떠오른 UCC처럼 동영상 인코딩이 필수인 작업도 값비싼 동영상 편집 카드나 장비를 달아야했다. 하지만 지금은 어지간한 작업은 모두 소프트웨어로 처리한다. 그만큼 PC 성능이 발전했고 이는 곧 하이파이나 A/V 시스템에서만 가능했던 작업도 소프트웨어로 해결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결국 나날이 발전하고 있는 PC 성능을 과연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느냐가 관건입니다. 이미 PC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필수 요소로 자리잡은 멀티미디어를 소프트웨어를 통해 더 좋은 화질과 음질로 감상할 수 있다면 대중에게 크게 어필할 수 있으리라 봅니다." 이를 위해 정철 사장은 소수를 위한 기술보다 대중을 위한 기술 개발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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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웨어로 처리해야 할 부분을 소프트웨어로 해결하고 이를 대량생산해 누구나 저렴한 가격에 맛볼 수 있게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
하지만 아무리 훌륭한 기술이라도 그 시대나 사람이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실패할 수 밖에 없다. 이는 아이팟으로 IT 업계를 주름잡는 애플 스티브 잡스도 마찬가지. 그도 시대를 앞서가는 기술과 디자인으로 많은 주목을 받았지만 결국 실패했던 제품이 적지 않았다. 몬도시스템즈가 개발한 기술은 PC가 거실로 나와야 빛을 발할 것이기 때문이다."제일 중요한 것은 타이밍이죠. 이미 성숙된 시장은 진입이 어렵고 너무 빨리 진입하면 제품 판매가 이뤄지지 않아 제풀에 지치고 맙니다. 몬도시스템즈가 생각하는 시장은 짧으면 3년 길게는 5년 정도를 내다보고 있지만 정확한 예측은 불가능에 가깝죠." 인텔과 마이크로소프트도 PC를 기반으로 한 디지털 홈 시장을 이미 몇 년 전부터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PC는 거실로 나오지 못하고 있는 상황.
"안방마님 자리를 누가 차지할지 예측할 수 없지만 몬도시스템즈가 개발한 기술이 꼭 PC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닙니다. 연구개발을 진행하다보니 생각보다 PC가 가지고 있는 구조적 한계가 만만치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됐죠. 지금 모든 것을 밝힐 수는 없지만 PC외에 다른 디지털 기기도 충분히 검토를 하고 있고 조만간 이를 선보일 수 있으리라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