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prosumero.com/photos/magazine/article/14/012_2.jpg) | ![](http://www.prosumero.com/photos/magazine/article/14/012_32.jpg) | 삼성전자 테이블탑 PC | 소니 바이오PC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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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의 PC 트렌드는 멀티미디어와 엔터테인먼트로 요약할 수 있다. 아이들 공부방에나 있던 PC가 거실로 나와 TV나 홈시어터 시스템과 연결되기도 하고 와이드 액정화면에 통합 리모컨은 기본이고 터치 스크린이나 웹 캠코더, 홈 오토메이션 등 온갖 첨단 기능을 도입하고 있다. PC(개인용 컴퓨터)가 아니라 FC(가족용 컴퓨터)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본체와 모니터를 모두 합친 올인원PC나 손바닥 안에 쏙 들어가는 울트라모바일PC도 눈길을 끈다. 바야흐로 PC가 사무용 기기를 넘어 멀티미디어 커뮤니케이션 센터로 자리잡아가는 추세다. 데스크톱과 노트북의 장점을 취합, 이동성을 강화한 데스크노트도 쏟아져 나오고 있다. 과거에 분명했던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PC의 영역은 더욱 확장됐다.
인텔의 바이브 PC와 AMD의 라이브 PC는 이런 새로운 트렌드를 주도하는 핵심 키워드라고 할 수 있다. 바이브 PC는 쉽게 풀어 말하면 통합형 홈 엔터테인먼트 PC 규격이다. 더 쉽게 풀어 말하면 집안 곳곳에서 여러 명의 가족이 쉽게 PC를 즐긴다는 개념이다. 인텔의 경쟁업체인 AMD의 라이브 PC 역시 비슷한 개념이라고 볼 수 있다.
바이브 PC를 쓰면 하나의 PC에 여러 대의 모니터와 무선 키보드, 마우스 등을 연결해 거실이나 안방, 공부방, 심지어 화장실에서도 한 대의 PC로 다양한 작업을 할 수 있다. 또한 DVD플레이어를 연결하는 것처럼 PC를 TV에 연결할 수 있다. S-비디오나 컴포지트 출력은 물론이고 5.1채널 이상의 사운드 출력을 지원한다. 앰프를 자체 내장한 제품도 있다.
TV처럼 손쉽게 켜고 끌 수 있다는 것도 바이브 PC의 매력이다. 이른바 퀵 리줌 기능은 윈도우의 대기 모드와 다르다. 전원 버튼을 누르면 비디오와 오디오 출력은 멈추지만 CPU와 쿨링 팬 등의 최소 전력은 공급된다. 전원이 꺼져 있는 상태에서 TV 녹화나 파일 다운로드도 가능하다. 전원 버튼을 다시 누르면 2~3초 만에 다시 부팅된다.
커뮤니케이션 기능이 강화된 것도 특징이다. 무선 인터넷을 지원하는 PMP나 PDA, 노트북 등과 손쉽게 파일을 교환하거나 스트리밍 방식으로 동영상 등을 재생할 수도 있다. 삼보컴퓨터의 플레이@TV도 비슷한 개념이다. 대용량 데이터를 보관하고 데이터 손실을 방지하는 매트릭스 스토리지 기술 등도 최근의 눈에 띄는 진화다.
콘텐츠 유통방식도 달라지게 된다. 스트리밍 방식의 동영상 서비스가 보편화되고 리모컨 클릭 몇 번으로 간단히 최신 영화를 내려 받게 된다면 머지 않아 DVD 역시 비디오 테이프 같은 운명을 걷게 될 수도 있다. 하나로텔레콤의 하나TV 같은 TV포털이나 IPTV와 경쟁이 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모두 PC 기반으로 통합될 거라는 전망이 많다.
물론 이런 변화가 딱히 새로운 개념이거나 새로운 기술은 아니다. 이미 있는 기술을 모은 것일 뿐이기도 하고 마이크로소프트 미디어센터 에디션이나 윈도우 비스타에서 구현하는 멀티미디어 환경과도 맥을 같이 한다. 그러나 눈 여겨 볼 부분은 변화의 일관된 방향이다. 이제 모든 가정용 멀티미디어 기기는 PC로 통합된다. TV가 PC를 닮고 PC가 TV를 닮아간다.
하드디스크 용량이 커지면서 거의 무제한으로 동영상을 저장할 수 있게 된 것도 주목할 만한 변화다. MP3플레이어는 물론이고 디지털 카메라나 캠코더 등 휴대용 멀티미디어 기기들도 대용량 멀티미디어 파일을 쏟아낸다. 디지털 캠코더는 TV에 연결하는 것보다 PC에 연결할 때 훨씬 쉽게 재생할 수 있다.
PC의 새로운 인터페이스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키보드와 마우스가 아니라 이제 리모컨으로 메일을 확인하고 인터넷을 서핑하는 시대가 됐다. 터치 스크린 PC도 나왔고 머지않아 영화에서처럼 허공에 손짓을 하는 것만으로도 필요한 명령을 내릴 수 있는 시대가 올 것이다. 목소리를 인식하는 P는 이미 상용단계에 있다.
이제 퇴근하고 집에 돌아가면 TV가 아니라 PC를 먼저 켜게 될지도 모른다. 즐겨보는 드라마의 예약 녹화는 물론이고 아침 알람이나 스케줄 관리까지 PC로 해결할 수 있다. 시간에 맞춰 드라마를 보기보다는 언제 어디서나 필요할 때 보고 싶은 프로그램을 불러낼 수 있는 시대가 됐다. 뉴스를 읽어주는 PC도 가능하다.
HP는 “우리의 블루오션은 거실에 있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애플은 PC와 무선 네트워크로 연결해 스트리밍 방식으로 동영상 재생이 가능한 애플TV라는 제품을 내놓았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엑스박스 역시 게임기를 넘어 TV와 PC를 연계하는 커뮤니케이션 기기로 거듭나려 하고 있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은 “집안의 모든 전자기기가 하나로 묶여 정보를 공유하는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이제 냉장고나 세탁기를 PC로 원격 관리하는 시대가 온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최근 콰트로라는 윈도우 비스타 기반의 홈 서버를 공개하기도 했다. 애플은 아예 가전제품 회사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기도 했다.
소니에서 만든 엔터테인먼트 PC, 바이오 VGX-TP1은 아예 동그란 로봇 청소기처럼 생겼다. 아이들 공부방이 아니라 거실에 어울리도록 디자인 됐다. 삼성전자의 매직스테이션 MT50은 듀얼 디스플레이 기능을 탑재하여 TV 외에 또 하나의 모니터를 장착해 별도 작업이 가능하도록 했다.
하나로텔레콤은 최근 소니코리아와의 제휴를 발표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3을 하나TV의 셋톱박스로 활용하겠다는 전략이다. 인텔은 아예 TV에 인텔 칩을 집어넣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인텔 에릭 김 부사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다양한 콘텐츠를 자유롭게 여러 장치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이 시대의 조류”라고 말했다.
그 동안 골칫거리로 지적돼 왔던 소음과 발열 문제가 해결되면서 PC의 크기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삼보컴퓨터의 리틀루온은 두께가 4.4cm, 무게는 3kg이다. 삼성전자의 미니 슬림은 두께가 5.5cm다. HP의 크로스파이어는 모니터와 본체가 하나로 된 올인원 제품이다. 모두 거실의 콘텐츠 허브를 꿈꾸는 제품들이다.
스테이시 울프 HP 디자인 총괄 이사는 “홈 서버는 거실에 두고 컴퓨터는 손목시계처럼 차고 다니게 될 것”이라며 “벽에 걸어놓고 TV시청도 하고 컴퓨터용으로도 쓰이는 대형모니터가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손바닥만한 크기에 윈도우 운영체제를 내장한 울트라모바일 PC도 주목된다. 쿼티 키보드가 내장된 라온디지털 베가는 70만원 수준이다.
최근 출시된 첨단 멀티미디어 PC는 가격이 만만치 않지만 조만간 합리적인 수준까지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TV수신 기능을 뺀 바이브 PC가 100만원 초반에 팔리는 경우도 있고 조립 PC로도 비슷한 기능을 구현할 수도 있다. 부품 가격이 낮아지면서 가격 대비 성능이 크게 개선되는 추세다.